음악방/나의 연주 331

(한국 노래) 오빠 생각 by 박태준

이번에도 안형수 편곡집에 있는 동요 한 곡. 지금도 그 프로그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전의 KBS Classic FM 라디오였나? 어느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내레이션할 때 배경으로 서정적인 기타 곡이 흘렀는데, 분위기가 좋아 귀를 기울였다. 바로 이 곡의 도입부였고 아마 기타리스트 안형수의 연주였을 것이다. 평화롭게(?) 들리는 것과는 달리 나처럼 손이 작고 확장성이 부족한 사람에겐 고생스러운 편곡이다. 그의 편곡은 특유의 조성과 화음으로 꽤 좋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웬만한 아마추어들의 왼손을 힘들게도 한다. 삑사리 잔치였던 첫날은 악기와 씨름하다 지쳐버렸고, 끝내 통증이 온 손가락과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자야만 했다. 다음 날 오전에 겨우 녹음을 마치고 영상과 음향을 합치는 작업을 하려는데, 아뿔..

(한국 노래) 섬집 아기 by 이흥렬

10여 년 전에 이 곡을 녹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직 끓는 피가 감성을 덮어버릴 나이라 적막하고 쓸쓸해야 할 곡을 행진곡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뒤로도 시간은 한순간의 멈춤도 없었고, 세월에 닳은 몸은 혈기 왕성과는 멀어졌으니 이제야 이 곡을 좀 더 다소곳하게...  by 이흥렬, Arr. by 안형수    (Recorded on March 4, 2024)https://youtu.be/H_K9ItCWy-Y  *사용 악기와 줄: Manuel Contreras II, 25th Anniversary & Savarez New Cristal Classic 540 CR Normal Tension (줄을 갈 때가 지났...)

(혼자서 Duo) La Chanson pour Anna by A. Popp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고 드라마의 배경 음악처럼 가볍게 소비되는 곡이다. 우리말로는 '안나를 위한 노래'로, 중간에 1st Part가 조금 바쁜 곳을 빼고는 쉽게 즐길 만하다.  by Andre Popp    (Recorded on March 2, 2024)https://youtu.be/m2h9MHIOXNI  * 사용 악기와 줄 1st Guitar: Manuel Contreras II, 25th Anniversary & Savarez New Cristal Classic 540 CR Normal Tension2nd Guitar: Jose Ramirez 4NE & Savarez Alliance Corum 500 AR Standard Tension

Gavotte I & II by Manuel M. Ponce

애송이 시절엔 능력 부족으로 동경만 했던 곡인데, 최근 마음을 다잡고 연습과 암보를 했음에도 녹음은 여전히 힘든다. Segovia 옹의 편곡으로 했으나 다른 편곡 악보에서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을 살짝 끼워 넣는 바람에 더 어려워졌다.  작년 3월에도 Alessandro Scarlatti의 곡을 하나 녹음한 적이 있었다. (https://jrodrigo.tistory.com/1788) 그때 밝혔듯이 Alessandro Scarlatti는 Domenico Scarlatti의 부친. * 요렇게 써 놓고 시간이 좀 갔다. 그런데 이 곡의 진실은... 내가 애정하는 Mexico의 작곡가 Manuel Maria Ponce가 바로크 풍으로 만든 곡이라는 거. Suite in D major 중 Gavotte I & I..

(혼자서 Trio) Nulla in mundo pax sincera by A. Vivaldi

오래전 직장 동료 덕에 안 곡인데, 사실은 1996년 영화 'Shine'에서 OST로 들은 적이 있어 머리 한 구석에 각인되어 있었다. 영화에서는 중간에 두어 번 잠깐씩 나왔고 마지막 장면과 뒤이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길게 연주된다. 라틴어 제목의 영어 번역은 In this world there is no honest peace, 우리 말로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로 통용된다. 당시 서양 음악이 거의 그랬듯 카톨릭 교회 음악으로서 예수를 찬미하는 내용인데, 설명과 가사는 당연히 인터넷에 주르륵~ 나오니까 여기선 생략. 좋은 음악은 기타로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앞서지만 성악곡처럼 지속적으로 울리는 선율은 기타의 띵똥거림으로 재현은커녕 흉내도 못 낸다. 그냥 명곡의 멜로디와 화음과 분위기를 즐기..

Ballet (Dance from Terpsichore) by M. Praetorius

듣기에 좋고, 느려서 만만할 것 같지만 나처럼 손 작은 사람에겐 빡센 곡. 처음 들은 건 클래식기타를 시작하던 신입생 때였다. 첫 스승님인 이명근 선생님이 레슨이 끝난 뒤 연주하시는 걸 코 앞에서 보며 세상에 이렇게 멋진 곡이 있다니!... 하며 삘을 받았으나 애송이에겐 그냥 그림의 떡이었다. 훗날 세상이 바뀌어 음반과 유튜브에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곡이 쉬워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여러 악보들이 편곡자마다 다르고 John Williams의 연주도 음반과 실황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니 귀 얇은 사람은 이리저리 좀 더 쉬운 악보를 찾아 방황을 시작한다. 세상에 쉽고 좋은 곡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여정은 무한 반복이다. 오래전에 연습하던 악보를 버리고 John William..

(혼자서 Trio) Concerto K.622, II. Adagio by W.A. Mozart

1985년 영화 'Out of Africa'에 쓰인 Mozart의 클라리넷 협주곡 제2악장. 오랜 기간 혼자서 2중주, 3중주, 4중주, 심지어 (최고 기록인) 5중주까지 해 봤지만 이 곡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편곡은 설렁설렁해서 그런대로 마쳤는데, 문제는 녹음과 편집.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문 닫으면 세상이 조용한 것 같아도 가정집의 환경이란 5분 이상 아무 소리 안 들리기 힘든다는 거. 예민한 녹음기는 참을 만큼 참은 숨소리도 고스란히 기록하는데다 집안의 온갖 전자제품에서 나는 잡 소리도 모두 잡아낸다.(눈치도 없는 놈…) 녹음이 잘 되었다 싶으면 별안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공지가 울리지를 않나, 하필 구급차가 지나가질 않나... 여기에 더해 아무리 눈치를 줘도 가족들의 바스락 거림은 몇..

Melodia de uma Noite by S. Fonseca

유튜브에서 맹활약 중인 브라질의 (할아버지) 연주자 Edson Lopes에게 헌정된 곡이다. 포르투갈어 제목을 영어로 바꾸면 'Melody of a Night'이 되겠다. 악보의 제목 위에는 작은 글씨로 dedicada ao meu amigo Edson Lopes (dedicated to my friend Edson Lopes)가 찍혀 있다. Lopes는 공식(?) 악보와는 달리 여러 곳에서 음을 생략하여 더 유연하고 속도감 있게  연주한다. 자신에게 헌정된 곡임에도, 또한 충분한 실력임에도 유튜브의 연주를 보면 쉽게 쉽게 바꿔했으니... 나도 그대로 (얍삽하게) 모방해서 녹음했다. 그의 운지도 거의 따르긴 했지만 나에게 편하게 바꾸기도 했다. 2019년에 작곡된 최근작이므로 내가 해본 것 중 가장 따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