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란 무엇인가 19

# 퍼온 글 [김누리 칼럼] 가브리엘 아탈을 기른 교실

아탈의 정치적 고속 질주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어려서부터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을 펼쳐왔다는 사실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정부의 부당한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고, 정당에 가입해 활발한 정치 활동을 벌였다. 아탈은 이런 의미에서 프랑스 교육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교실에서부터 민주주의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나라이기에 ‘경륜 있는 34살 총리’가 가능한 것이다. 김누리|중앙대 교수(독문학) 최근 프랑스 총리로 임명된 가브리엘 아탈의 면모는 실로 파격적이다. 1989년생인 그는 현재 34살로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역대 최연소 총리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최초로 공개적으로 밝힌 총리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튀니지계 유대인 혈통인 사실도 눈에 띈다. 그러니까 아탈의 나이도 나이..

# 퍼온 글 [김누리 칼럼] 교권을 넘어 정치적 시민권으로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02609.html [김누리 칼럼] 교권을 넘어 정치적 시민권으로 교사의 자살과 불안은 한국 교육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준다. 교권이 이처럼 바닥에 떨어진 근본 원인은 한국의 교사들이 정치적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직업군 중에서 www.hani.co.kr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교육 지옥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참혹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살인적인 불볕더위 속에 모인 수만 명 교사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겠다. 23살, 젊은 교사의 죽음 앞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어떻게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사건을 계기로 교육이 전국민적 관심..

# Denotation vs. Connotation

몇 번 청강을 했던 의미론(Semantics)에서였는지 전공 필수였던 언어학 개론에서였는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은 안 난다. 당시엔 인상적이었으나 세월에 묻혀 거의 잊힌 두 단어 - denotation과 connotation - 가 최근 내 머릿속 어느 구석으로부터 소환되었다. 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대략 이렇다. denotation은 '표시 의미, 명시적 의미, [논리학] 외연: 기호로 표시되는 것', connotation은 '암시 의미, 언외의 의미, 함축, [논리학] 내포'. 음... 역시 어렵다. 좀 더 찾아보면 denotation은 '문자 그대로의 뜻, 사전적 의미'이고 connotation은 '단어가 가진 정서적, 개인적, 문화적 연관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어디선가 찾은 영어의 사례... 설명..

# 세상은 변한다지만

1990년대 학교 풍경이다. 어느 날 사회과 N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책상 위에 책을 쾅 소리가 나도록 내리치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힘들어서 못 해먹겠네. 아, 글쎄 수업 시간에 애들이 움직여!" 이해하기 좀 어렵겠지만, N선생님은 당시 50대였고 이미 20년 이상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나오셨다. 그러니까 적어도 당시 기준으로 20여 년 전에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몸을 움직인다는 게 용납되지 않았던 거다. 2000년대 학교 풍경이다. 어느 날 국어과 L선생님은 수업 후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책상 위에 책을 쾅 내려놓고는 말씀하셨다. "에이, 힘들어서 못 해먹겠네. 아, 글쎄 수업 시간에 애들이 졸아!" 마찬가지로 L선생님도 당시 50대였고, 적어도 얼마 전까지만 ..

# Bashing 3

앞의 글 에서 우리의 영어 교육이 어떻게 사람들의 술안줏감이 되었는지 얘기했다. 여기선 그런 비난이 온당치 않음에 대해 톺아보겠다. 넓게는 우리의 영어 교육 시스템, 좁게는 힘없는 일선의 영어 교사가 비난을 감수하는 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부당함은 조금만 생각해도 명확해질, 누구나 바로 찾을 수 있는 논리적 오류를 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구차한 변명일 수도 있다. 평생 영어 교사로 일했으니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부당한 Bashing이 이러이러해서 부당하다고 밝혀야 한다. 잘못한 게 아닌 일로 비난을 받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일부 언론의 영어 교사 Bashing이 정점을 지나고 얼마 뒤 약 3주간 진행된 교사 연수를 받으러..

# Bashing 2

앞의 글 에서는 '10년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 앞에서는 입도 벙긋 못하는' 영어 교육을 비판하면서 뒤로는 잇속을 채우는 데 골몰했던 자칭 '1등 신문'에 얽힌 얘기를 늘어놓았다. (명토 박는데, 근거는 없다. 이런 시시한 글로 거대 권력에게 시달리긴 싫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받은 영어 교육의 실상과 함께 사회적 생존을 위해 회화를 배운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도 영어 교육에 대한 Bashing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어느덧 그런 일이 '국민스포츠'가 된 느낌이었다. 언론이 그렇게 국민들의 회화 능력을 걱정했다면 그걸 가능케 할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Washback Effect(역류효과)를 통해 개선하겠다면 대학 입시에서 어떻게 회..

# Bashing 1

Bashing is a harsh, gratuitous, prejudicial attack on a person, group, or subject. Literally, bashing is a term meaning to hit or assault, but when it is used as a suffix, or in conjunction with a noun indicating the subject being attacked, it is normally used to imply that the act is motivated by bigotry. - Wikipedia Bashing은 사람, 그룹 또는 주제에 대한 가혹하고 무자비하며 편견에 찬 공격이다. 글자 그대로 하면, Bashing은 때리거나 폭행하는..

# 퍼온 글: 문해력 논란이 일깨운 비판적 읽기의 중요성

아래 글은 에서 발행하는 월간 2022년 11호에 실린 기사이다. [이슈] 문해력 논란이 일깨운 비판적 읽기의 중요성 글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심심한 사과’는 왜 논란이 되었나 지난 8월 20일, 트위터 트랜드 실시간 상위권에 갑자기 오른 ‘심심한 사과’는 우리 사회에 또다시 ‘문해력literacy’ 논란을 일으켰다. 웹툰 작가 사인회를 준비하던 서울의 한 카페가 행사 예약시스템의 오류를 사과하며 트위터에 올린 문구의 “심심한 사과 말씀”이라는 표현이 발단이었다.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深深하다’를 몰라서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으로 이해한 탓에 ‘심심한 사과라니, 나는 하나도 안 심심한데!’, ‘사과를 왜 심심하게 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등 댓..

#퍼온 글: [김누리 칼럼] 오만한 엘리트의 나라

아래 글은 2022년 9월 13일 에 실린 김누리 교수의 칼럼이다. 유독 한국의 엘리트 중에 대중을 깔보는 오만한 자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잘못된 교육 탓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교실에서 12년 동안 자란 아이가 어떻게 성숙하고 기품있는 인간이 되겠는가.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능력주의가 오늘날 미국 사회의 공동선을 파괴하는 폭군’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화제가 된 마이클 샌델 교수의 문제작 에서 특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트럼프 현상’의 원인을 무엇보다도 미국 엘리트의 오만(hubris)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샌델에 따르면 미국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오만한 엘리트는 없었고, 이들의 행태가 지금처럼 공동체에 해를 끼친 적이 없었다. 엘리트의 오만으로 치자면 한국 엘리트도..

# 1등의 비결

20대 후반, 첫 교직을 은평구 C고등학교에서 시작했다. 학년당 15 학급, 3개 학년 전체 45 학급으로 규모가 꽤 큰 데다 학급당 학생 수가 60명에 육박했으므로 교정은 어디나 북적거렸다. 요즘이야 직장 내 메신저로 웬만한 사항은 다 알릴 수 있어서 전체 교직원 회의를 한 달에 겨우 두어 번 하지만 당시엔 거의 매일 아침 회의가 열렸다. (실상 회의라고는 할 수 없는,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전달과 요구가 다였다. 의견 개진이나 찬반 토론이 없는 '이름만 회의'는 지금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여전히 열리고 있다.) 회의 내용 중에는 어느 학급의 모의고사 성적이 제일 향상되었다는 둥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도 있었는데, 수학을 가르치는 L선생님은 거의 언제나 칭찬의 주인공이었다. 그 학급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