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Gavotte I & II by Manuel M. Ponce

볕좋은마당 2024. 2. 28. 11:49

애송이 시절엔 능력 부족으로 동경만 했던 곡인데, 최근 마음을 다잡고 연습과 암보를 했음에도 녹음은 여전히 힘든다. Segovia 옹의 편곡으로 했으나 다른 편곡 악보에서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을 살짝 끼워 넣는 바람에 더 어려워졌다. 

 

작년 3월에도 Alessandro Scarlatti의 곡을 하나 녹음한 적이 있었다. (https://jrodrigo.tistory.com/1788) 그때 밝혔듯이 Alessandro Scarlatti는 Domenico Scarlatti의 부친.

 

* 요렇게 써 놓고 시간이 좀 갔다. 그런데 이 곡의 진실은... 내가 애정하는 Mexico의 작곡가 Manuel Maria Ponce가 바로크 풍으로 만든 곡이라는 거. Suite in D major 중 Gavotte I & II가 이어서 연주되는 건데, 프랑스 파리에서 확실한 물증을 찾았다. 3월 중순~4월 초에 파리에 머물다가 슬슬 지겨워질 때쯤 지하철로 클래식기타 전문 샵에 가보기로 했다. 별생각 없이 갔으니 악기엔 눈길도 주지 않았고, 거기서 판매하는 악보를 뒤적거리다 Ponce의 Suite in D에 포함된 이 곡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이것도 Segovia 옹이 Ponce에게 부탁해서 작곡한, 어렵게 말하면 바로크 곡을 모방한 곡(Pastiche), 평범하게 말하면 장난(Prank)으로 속인 거다. 이것 말고도 Segovia 옹은 클래식 기타의 레퍼토리가 부족한 바로크 시대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 결국 다 드러나긴 했지만 - Ponce와 짜고 일을 벌였다. 그런데 아직도 여러 악보에 이 곡의 작곡자가 버젓이 A. Scarlatti가 되어 있다. 심지어 유튜브에 나오는 Segovia 옹의 흑백 연주 장면에는 Alessandro Scarlatti가 아니고 그의 아들 Domenico Scarlatti로 떡~하니 찍혀 있다.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었는데,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으니 이참에 작곡자를 수정한다.

 

여담으로... 기타 샵에 간 김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기타줄 Savarez 한 세트를 샀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 데다 왕복 교통비가 만원이나 들었으니 헛수고한 셈이지만 기념 삼아 오리지널을 산 것에 의미를...)  

 

<Gavotte> by Manuel Maria Ponce, Arr. by Andres Segovia   (Recorded on February 28, 2024)

https://youtu.be/Z1N7uSY6uwo

 

*사용 악기와 줄: Manuel Contreras II, 25th Anniversary & Savarez New Cristal Classic 540 CR Normal Tension (저음 부분이 맛이 가서... 부드러운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