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한국 노래) 오빠 생각 by 박태준

볕좋은마당 2024. 3. 6. 22:18

이번에도 안형수 편곡집에 있는 동요 한 곡.
 
지금도 그 프로그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전의 KBS Classic FM 라디오였나? 어느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내레이션할 때 배경으로 서정적인 기타 곡이 흘렀는데, 분위기가 좋아 귀를 기울였다. 바로 이 곡의 도입부였고 아마 기타리스트 안형수의 연주였을 것이다.
 
평화롭게(?) 들리는 것과는 달리 나처럼 손이 작고 확장성이 부족한 사람에겐 고생스러운 편곡이다. 그의 편곡은 특유의 조성과 화음으로 꽤 좋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웬만한 아마추어들의 왼손을 힘들게도 한다.
 
삑사리 잔치였던 첫날은 악기와 씨름하다 지쳐버렸고, 끝내 통증이 온 손가락과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자야만 했다. 다음 날 오전에 겨우 녹음을 마치고 영상과 음향을 합치는 작업을 하려는데, 아뿔싸... 녹음된 파일에 1초에 4~5번의 빈도로 '두두두두' 소리가 들어간 거다. 이게 웬 변고란 말인가! 드디어 Sony 녹음기가 수명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원인을 찾겠다고 이리저리 살폈는데, 바로 옆에 있던 인터넷 모뎀에서 나는 소리였음을 알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어느 가정이나 인터넷 케이블에 연결되어 Wifi를 뿌려주는 모뎀이 있을 텐데, 거기에서 소리가 난다? 헤드폰을 끼고 들어보니 모뎀에서 녹음기를 10cm만 띄워도 두두두두 소리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면 이건 모뎀 소리가 분명하다. 신기한 건 모뎀에 귀를 대도 이 '엄청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거다. 이 정도면 녹음기 성능이 시쳇말로 미친 수준이 아닌가. 방 문 밖에서 나는 온갖 미미한 소리까지 마이크가 다 잡아서 증폭해 주는 걸 헤드폰으로 새삼스럽게 들었다. 항상 느끼지만 기기의 성능이 좋은 것도 피곤한 일이다. 가끔 1m 이내에 놓고 녹음할 때는 아무리 조심해도 숨소리가 '쉭~쉭~' 녹음되고, 줄을 누른 왼손을 뗄 때 '띡' 소리가 들어가기도 한다.  
 
아무튼 원인을 알았으니 모뎀을 저만치 띄우고 다시 녹음했다. 오랫동안 녹음하면서 한 번에 끝낼 일을 두세 번 하는 건 예사였지만 이번처럼 귀에도 들리지 않는 모뎀 소리 때문에 다 엎고 다시 녹음한 건 또 처음이다. 어쭙잖은 기타 연주를 녹음하다보니 별 일을 다 겪는다.
 
<오빠 생각> by 박태준, Arr. by 안형수   (Recorded on March 6, 2024)

https://youtu.be/nYD7Fz4nC28

 

*사용 악기와 줄: Manuel Contreras II, 25th Anniversary & Savarez New Cristal Classic 540 CR Normal Tension (줄을 아직도 안 갈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