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 716

Evocacion by J. L. Merlin

1952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태생인  José Luis Merlin은 기타 연주자, 작곡가, 편곡자, 교육자 등 여러 면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Evocacion은 라는 모음곡 중 제1곡으로 영어로 하면 Evocation, 우리말로는 '초혼(招魂)'이 되겠다. 단순하지만 흡인력 있는 선율이라 처음 듣는 사람도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익숙함을 느끼는 곡인데, 보기보다 왼손 운지가 까다롭다.  from Suite del Recuerdo by José Luis Merlin  (Recorded on October 2, 2024)https://youtu.be/fNix3loSeBE * 사용 악기와 줄: Jose Ramirez 4NE & Savarez New Cristal Classic 5..

(혼자서 Duo) Etude Op.35, No.17 by F. Sor "Dream"

애호가들이 즐겨하는 Sor의 연습곡 Op.35-17의 Duo 버전이다. Etude Op.35-22가 반주가 되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어 이라는 부제로 여러 버전의 Duo 곡이 생겨났듯, 이 곡 역시 누군가의 편곡으로 이라는 제목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의 경우와 두 가지 다른 점이 있다. 하나는 원래의 D조를 C조로 바꿔서 1st 연주자가 아주 쉬운 멜로디를 맡게 한 것이다. (1st에 학생, 2nd에 교사라고 악보에 표기된 걸로 보아 교습용으로 편곡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은 원곡 그대로가 반주고 여기에 새로운 멜로디가 추가된 형태의 Duo인 반면 이 곡은 원곡을 사실상 해체하여 멜로디와 반주로 재조합한 것이다. 덕분에 학생의 멜로디는 겨우 음계만 알아도 되는 수준이고 선생의 반주엔 조금..

(한국 노래) 오빠 생각 by 박태준

이번에도 안형수 편곡집에 있는 동요 한 곡. 지금도 그 프로그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전의 KBS Classic FM 라디오였나? 어느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내레이션할 때 배경으로 서정적인 기타 곡이 흘렀는데, 분위기가 좋아 귀를 기울였다. 바로 이 곡의 도입부였고 아마 기타리스트 안형수의 연주였을 것이다. 평화롭게(?) 들리는 것과는 달리 나처럼 손이 작고 확장성이 부족한 사람에겐 고생스러운 편곡이다. 그의 편곡은 특유의 조성과 화음으로 꽤 좋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웬만한 아마추어들의 왼손을 힘들게도 한다. 삑사리 잔치였던 첫날은 악기와 씨름하다 지쳐버렸고, 끝내 통증이 온 손가락과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자야만 했다. 다음 날 오전에 겨우 녹음을 마치고 영상과 음향을 합치는 작업을 하려는데, 아뿔..

(한국 노래) 섬집 아기 by 이흥렬

10여 년 전에 이 곡을 녹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직 끓는 피가 감성을 덮어버릴 나이라 적막하고 쓸쓸해야 할 곡을 행진곡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뒤로도 시간은 한순간의 멈춤도 없었고, 세월에 닳은 몸은 혈기 왕성과는 멀어졌으니 이제야 이 곡을 좀 더 다소곳하게...  by 이흥렬, Arr. by 안형수    (Recorded on March 4, 2024)https://youtu.be/H_K9ItCWy-Y  *사용 악기와 줄: Manuel Contreras II, 25th Anniversary & Savarez New Cristal Classic 540 CR Normal Tension (줄을 갈 때가 지났...)

(혼자서 Duo) La Chanson pour Anna by A. Popp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고 드라마의 배경 음악처럼 가볍게 소비되는 곡이다. 우리말로는 '안나를 위한 노래'로, 중간에 1st Part가 조금 바쁜 곳을 빼고는 쉽게 즐길 만하다.  by Andre Popp    (Recorded on March 2, 2024)https://youtu.be/m2h9MHIOXNI  * 사용 악기와 줄 1st Guitar: Manuel Contreras II, 25th Anniversary & Savarez New Cristal Classic 540 CR Normal Tension2nd Guitar: Jose Ramirez 4NE & Savarez Alliance Corum 500 AR Standard Tension

Gavotte I & II by Manuel M. Ponce

애송이 시절엔 능력 부족으로 동경만 했던 곡인데, 최근 마음을 다잡고 연습과 암보를 했음에도 녹음은 여전히 힘든다. Segovia 옹의 편곡으로 했으나 다른 편곡 악보에서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을 살짝 끼워 넣는 바람에 더 어려워졌다.  작년 3월에도 Alessandro Scarlatti의 곡을 하나 녹음한 적이 있었다. (https://jrodrigo.tistory.com/1788) 그때 밝혔듯이 Alessandro Scarlatti는 Domenico Scarlatti의 부친. * 요렇게 써 놓고 시간이 좀 갔다. 그런데 이 곡의 진실은... 내가 애정하는 Mexico의 작곡가 Manuel Maria Ponce가 바로크 풍으로 만든 곡이라는 거. Suite in D major 중 Gavotte I & I..

(혼자서 Trio) Nulla in mundo pax sincera by A. Vivaldi

오래전 직장 동료 덕에 안 곡인데, 사실은 1996년 영화 'Shine'에서 OST로 들은 적이 있어 머리 한 구석에 각인되어 있었다. 영화에서는 중간에 두어 번 잠깐씩 나왔고 마지막 장면과 뒤이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길게 연주된다. 라틴어 제목의 영어 번역은 In this world there is no honest peace, 우리 말로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로 통용된다. 당시 서양 음악이 거의 그랬듯 카톨릭 교회 음악으로서 예수를 찬미하는 내용인데, 설명과 가사는 당연히 인터넷에 주르륵~ 나오니까 여기선 생략. 좋은 음악은 기타로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앞서지만 성악곡처럼 지속적으로 울리는 선율은 기타의 띵똥거림으로 재현은커녕 흉내도 못 낸다. 그냥 명곡의 멜로디와 화음과 분위기를 즐기..

Ballet (Dance from Terpsichore) by M. Praetorius

듣기에 좋고, 느려서 만만할 것 같지만 나처럼 손 작은 사람에겐 빡센 곡. 처음 들은 건 클래식기타를 시작하던 신입생 때였다. 첫 스승님인 이명근 선생님이 레슨이 끝난 뒤 연주하시는 걸 코 앞에서 보며 세상에 이렇게 멋진 곡이 있다니!... 하며 삘을 받았으나 애송이에겐 그냥 그림의 떡이었다. 훗날 세상이 바뀌어 음반과 유튜브에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곡이 쉬워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여러 악보들이 편곡자마다 다르고 John Williams의 연주도 음반과 실황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니 귀 얇은 사람은 이리저리 좀 더 쉬운 악보를 찾아 방황을 시작한다. 세상에 쉽고 좋은 곡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여정은 무한 반복이다. 오래전에 연습하던 악보를 버리고 John William..

(혼자서 Trio) Concerto K.622, II. Adagio by W.A. Mozart

1985년 영화 'Out of Africa'에 쓰인 Mozart의 클라리넷 협주곡 제2악장. 오랜 기간 혼자서 2중주, 3중주, 4중주, 심지어 (최고 기록인) 5중주까지 해 봤지만 이 곡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편곡은 설렁설렁해서 그런대로 마쳤는데, 문제는 녹음과 편집.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문 닫으면 세상이 조용한 것 같아도 가정집의 환경이란 5분 이상 아무 소리 안 들리기 힘든다는 거. 예민한 녹음기는 참을 만큼 참은 숨소리도 고스란히 기록하는데다 집안의 온갖 전자제품에서 나는 잡 소리도 모두 잡아낸다.(눈치도 없는 놈…) 녹음이 잘 되었다 싶으면 별안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공지가 울리지를 않나, 하필 구급차가 지나가질 않나... 여기에 더해 아무리 눈치를 줘도 가족들의 바스락 거림은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