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늘 가까이 놓고 쓰던 두번 째 캠코더가 드디어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번 수리를 받기도 했는데, 이젠 정말로 보내야 할 때가 왔다. 나한테 걸려든(?) 전자제품은 종류를 막론하고 200% 중노동을 당하니 좀 불쌍하기도... 그래서 새 것을 장만하였고. 이제 가야 할 놈에 대한 오마주(?)를 겸해 사진으로 남긴다. 사람이 만든 기계에 불과하지만 제 몸 바쳐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때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르침을 주기도 하므로 우리도 기계에 경의를 조금은 표해야 하는 거다.
사진, 동영상, 녹음 등 이런저런 작업을 하느라 늘 부산한 컴퓨터 책상. 컴퓨터 본체는 아예 열고 산다.
작업 중인 캠코더 두 개, PCM 녹음기, 카드리더, 6mm 테입과 외장 하드가 올려져 있다. 거기에 아이폰, 이어폰까지 가세한 데다가, 어지럽게 연결되는 선들은 어디로 숨길 수도 없는 지경...
피봇(Pivot)기능이 되는 모니터를 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하루에 한 번씩 든다.
내 연주 동영상을 찍느라 수백 번은 캠코더에 넣었다 빼지고 앞뒤로 정신없이 돌며 캡처 당하고 혹사당하던 테입이 장렬히(!) 전사했다. 아무리 내구성이 좋아도 우리 집에 오면 결국 망가지게 되어 있다는...
기타연주 녹화 전용으로 쓰려고 붙여 놓았던 표식을 뗀 모습
초기에는 비싸던, 그래서 하나씩 사서 아끼며 쓰던 6mm 디지털 테입이 최근엔 2천 얼마로 내려버렸다.
뒷모습
과연 내부는 어떨까 하며 해체. 어라? 부품이 몇 개 안 된다. 너무 단순한 구조라서 의아스럽다는...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동안 화려하고 막강한 기능으로 나와 동고동락했던 테입을 이렇게 보낸다. ㅋㅋ
2005년에 구입하여 무려 7년을 사용한 캠코더
얼마나 삼각대에 자주 올려놓고 썼던지 삼각대 고정 나사구멍 주변에 자잘한 금이 갔다.
테입을 감는 모터소음이 같이 녹화되는 바람에 고심끝에 줌 마이크를 따로 사서 달았다. 효과는 미미...
당시에는 16:9 Wide 화면의 캠코더는 몇날 밤을 고민하고 망설이고 나서야 샀던 고가의 물건. ㅜ.ㅜ
요즘 상품에 비한다면야 늘 구식이겠지만 어떤 기능은 오히려 더 유용하고 훌륭했다.
Carl Zeiss 렌즈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었고, 렌즈 커버는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요즘엔 그마저도 원가절감 차원인지 손으로 여닫도록 나온다.
손잡이 끈이 닳도록 찍어댔다.
줌 마이크를 분리한 모습
문제는 새로 마련한 캠코더에는 줌마이크를 장착할 슈(Shoe)가 없다는 거다. 앞으로 거의 쓰지 않게 될, 그래서 그냥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이 녀석과 줌마이크는 같이 순장(?)될 운명인 듯.
얼마나 혹사 당했으면 테입을 넣는 어셈블리가 망가져서 두 번이나 교체를 했다. 한 번 교체하는데 12만원이나 들었다. 구입 가격과 사후 수리 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것 하나 운용하는 데도 비용이 꽤 든다. 그러나 나와 가족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 놓고 먼 훗날 즐겁게 볼 재미를 백만금으로 살 수 있으랴...
(참고) 망가진 어셈블리의 최후: http://blog.daum.net/jrodrigo/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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