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토), 아침의 따사로운 햇빛이 들어오는 거실에 앵무새 두 마리를 풀어 놓았다. 수컷은 원래 기르던 놈, 암컷은 조카가 기르던 것을 데려 온 것.
두둥~ 황야의 무법자 포스! 영화에선 대개 이런 장면 뒤에 뭔가 결투 같은 게 벌어지곤 하는데... ㅋㅋ
뒤의 노란 놈이 수컷, 앞의 연두색이 암컷. 새장을 떠나 광활(!)한 벌판에 나오니까 어리둥절 한 모양이다.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종이같은 건 보이는 대로 대들어서 톱질하듯 썬다.
얼떨결에 수컷도 뭐 맛있는 건가 하고 같이 해 보기는 하는데...
역시나 암컷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썬 종이를 꽁지에 꽂는 행동을 보면서 더 어리둥절한 듯...
가장자리부터 아주 성실하게(!) 썰어 놓는다.
잠시 수돗가로 데려가서 목욕물을 받아 줬다.
개를 키우는 것보다 더 좋은 점 중의 하나. 물만 준비해 주면 나머진 알아서 다 한다. ㅋㅋ
순간적으로 고개가 저렇게 돌아간다는 거... 카메라가 없었으면 몰랐을 사실!
목욕을 좀 격하게 한 암컷은 아직 깃털이 젖어 있고 수컷은 금방 털을 말렸다. 말리고 털 다듬는 것도 지들이 알아서 하니, 편한 걸로 따지자면 개 목욕 시키고 털 말려주고 하는 건 중노동에 가깝다.ㅋㅋ
모란 앵무는 영어로 Love Bird라고 하는데 이놈들은 아직 애정표현을 별로 하지 않는다.
체구는 비슷해도 실제 들어보면 암컷이 훨씬 가볍고 사뿐사뿐하다. 어느 동물이나 뼈다구는 수컷이...
시원하게 목욕도 했겠다, 이번엔 좀 더 두꺼운 고지서 종이를 사각사각... 옆에서 소리를 들으면 새의 행복감이 마구 전달되는 듯하다. 종이 써는 소리가 맛있게 느껴지는 건 처음 겪는 일.
수컷은 여전히 얘가 왜 이러는지 아리송. 여자들의 화장을 남자들이 이해 못하듯 얘들도 좀 그런 면이...
계속 꽁지에 종이를 꽂는 암컷과 괜히 참견해 보는 수컷. 암컷의 장식행동으로 추측된다.
알을 품기 위한 보온용이라면 저것을 갖고 둥지로 들어가야 하는데, 보니까 꼭 그렇지도 않다.
먼저 꽂은 게 조금 움직이면 빠져 버린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또 꽂고, 또 빠지는 것이 반복된다.
수컷은 담너머 남의 집 구경하듯...
순식간에 부리로 썰어 놓은 조각들. 나름 정교하고 일정한 패턴이다. 모든 영수증을 이놈에게 주면 능숙하게 처리(?)해 줄 거라는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세계 최초의 친환경 조력(鳥力) 문서파쇄기가 아닌가!
그런데 아뿔사! 불과 며칠 전에 이걸 집에서 쓰려고 산 것이다. 젠장, 항상 타이밍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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