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불멸의) 소품 - 라리아네의 축제 by Mozzani

볕좋은마당 2010. 1. 25. 22:06

실로 오랜만에 해 보는 <라리아네의 축제>다. 초심자 땐 많이 연습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쳐 보았다. 

 

간단한 주제와 단순한 변주 두 개로서, 왼손 운지가 거의 같고 오른손은 트레몰로를 포함한 기교를 연마할 수 있게 구성되어 초보자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곡이다. 나의 초보시절 추억이 서린 곡이라고도 하겠다.

 

대학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봄날, 그날도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강의실은 어수선했다. 갑자기 얼굴이 약간 된(!) 모르는 학생들 서넛이 교단에 섰다. 동아리 홍보를 하러 강의실로 온 것이다. (그때는 동아리를 써클이라 불렀다. 물론 콩글리시지만...) 그중 한 명이 기타를 갖고 의자에 앉더니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고딩 때까지 노래 반주용 통기타만 죽어라 쳤지 클래식기타 연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나에게 이런 방식(?)의 연주 모습은 신선한 충격에 가까웠다. 정돈되지 않은 강의실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용감하게도 이 곡을 연주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동아리의 초대 회장인 이ㅊㅇ형이었다. 나중에 알고는 허탈한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사실 그 형이 이 곡을 다 연주할 실력은 못 되었다. 동아리는 만들어야겠고, 회원도 끌어들여야 하는 마당에 실력이고 뭐고 없었던 거다. 그냥 주제만, 그것도 앞부분 겨우 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 앞에서 갖은 폼(^^;;)을 잡았던 거다.

 

그 형은 주제 부분 몇 마디 쯤 치다 말고는 이게 바로 클래식기타라면서 동아리 가입을 권유했다. 나는 이 정도 곡에도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그만 홀려버렸다. 결국 같은 과 친구들 두세 명과 함께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가 입회원서를 썼고, 기타와의 운명적(!)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생초보였던, 이 곡을 끝까지 칠 수 있으면 원이 없을 것 같았던 시절의 풍경이 아른거린다.

 

 

(줄을 간 지 오래되어선지 조율이 또...ㅜ.ㅜ) 

 

Feste Lariane by Luigi Mozzani (Recorded in Januar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