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불멸의) 소품 - 연습곡(Moonlight) by Sor

볕좋은마당 2010. 2. 28. 11:50

Fernando Sor(Spain)의 연습곡. <월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듯 쉽고 아름다운 곡이다. 기타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초보자용 명곡인데, 이것을 2nd 파트로 삼아 1st의 멜러디를 붙여 듀엣으로 종종 연주되기도 한다.

 

사용 악기는 무려 25년이나 된 강두원씨 제작 <원음 50호>. 1985년 10월 군 제대 후 얼마 안 있다 나간 <전국 대학생 기타 콩쿨>에서 받은 부상이다. 요즘엔 국내 제작자들도 좋은 재료로 훌륭한 악기들을 만들지만 그땐 모든 게 열악했다. 당시 국내 악기 중 최고급품이었음에도 지판에 흑단(Ebony)을 쓰지도 않았으니까... 어쨌든 변변한 악기가 없었던 가난한 복학생은 이것을 받고 한동안 애지중지하며 살았다. 얼마나 많이 쳐댔는지 한 번은 음쇠(Fret)가 줄과 맞닿은 부분이 모두 폭폭 파일 정도로 마모가 되어 음쇠를 몽땅 간 적도 있었다.

 

세월이 더 흘러, 1999년 스페인에 유학 중이던 장승호씨를 통해 Contreras 2세(25th Anniversary)가 나에게 왔고 이 <원음 50호>는 그 뒤 찬밥 신세가 되었다. 주인의 무관심에 항의하여 어깃장을 놓은 걸까? 앞판이 두어 군데 갈라져버렸고 Neck도 휘어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수리해 쓰기로 하고 강두원선생님의 아들인 강남길씨가 악기 제작의 대를 잇고 있는 김포의 공방을 찾았다. 마침 지나는 길에 들른 강두원선생님과 사모님도 뵈었는데,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악기를 여기저기 만져 보시기도 했다. 25년 전의 작품이 이렇게 돌아왔으니, 머리가 허연 노제작가에게뿐 아니라 그분의 자택까지 여러 번 찾아갔던 나에게도 지난 세월 켜켜이 쌓인 추억이 어떻게 떠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설이 지나고 며칠 뒤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갈라진 앞판은 안쪽에서 보강목을 대어 붙였고 Neck 뒤쪽의 틈도 메웠으며 Fret은 모두 교체되었다. 누구는 기타 수명을 10년 잡던데, 25살 된 악기다보니 처음 같은 젊음(?)의 기상은 없을 게다. 그래도 먼 길을 오가며 재탄생(!)하여 원음기타 특유의 부드럽고 준수한 소리를 내주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Etude Op. 35, No. 22 by F. Sor (Recorded on Feb 28, 2010) 

사용악기: 원음 50호 (1985년산, 제작자: 강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