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한.../탐구 생활

쌍점 띄어쓰기 파보기 2

볕좋은마당 2018. 12. 28. 10:33

2. 쌍점 띄어쓰기의 관행.pdf


2. 쌍점 띄어쓰기의 관행 과거와 현재를 보다

  

1편에서 장황하게 썼듯 평소 맞춤법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쌍점의 띄어쓰기가 중구난방인 것까지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늘어난 사례가 조금씩 눈에 밟히기 시작하면서 더욱 도드라진 느낌으로 다가왔다.

 

보통은 직장에서 가장 가깝게 접하는 문서들에서 거의 예외 없이 쌍점을 띄어 쓰는 것을 보게 된다. 아래는 우리학교 <학교도서관 운영 규정>의 일부이다. 너무 당연하게 보여서 도무지 의심을 품을 만한 동기부여가 안 될 정도다.

 

문장부호의 띄어쓰기까지는 별 관심이 없을 일선 학교의 문서니 그러려니 하자. 좀 더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번엔 교육부에서 발간한 자료를 뒤졌다. 아래 두 그림에서 밑줄 부분의 차이를 느껴보자.

 

교육부에서 배부한 <2018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90쪽의 일부이다. 물론 이런 조판은 책 전체에 일관되고 있다. 실상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은 나의 관심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종종 회의하게 만들기도 한다.

  

같은 사례를 문서의 종류에 관계없이 내가 나름대로 지켜온 타이핑(또는 레이아웃)의 원칙에 따라 고쳐본 것이다. 눈에 거슬리거나 좀 이상하게 보이는가?

 

한 국가의 교육부에서 제작한 자료인데 설마 문장부호의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깟 문장 부호의 띄어쓰기가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는 순간 이런 종류의 탐구(라 쓰고 덕질이라고 읽는) 정신은 설 땅이 없어질 것이다. 쓸데없는 것이라도 누군가는 파봐야 할 것 아니냐고 스스로 위무하며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한다.

 

교육부 자료를 찾아본 김에 좀 더 들어가 보았다. 아래는 교육부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1,048쪽의 일부이다. 페이지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듯 아주 두꺼운 책인데, 앞의 자료와 같은 조판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교육부에서 나오는 문서는 맞건 틀리건 적어도 이런 면에서 통일성은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   

 

맞춤법의 오류가 보일 것으로 의심하기 힘든 기관의 자료에서도 이 정도의 통일성을 갖췄으니 대충 맞을 거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만 여전히 나의 감각에는 어색하게 비쳐졌다. 그래서 이런 관행이 최근 두드러진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순진한생각을 하며 옛날 자료를 뒤졌다. 나 자신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타이핑하면서 쌍점 바로 뒤에서 Space Bar를 누른 적이 없었으므로 이런 현상은 최근에 국한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눈이 성긴 그물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더 과거로 가보기로 했다. 책상 위에 있는 영어 문법 책을 꺼내 들었다.

 

1990년에 교학사에서 출판한 <현대 영문법> 208쪽의 일부이다. 쌍점 뒤를 한 칸 띈 모습에서 어떤 진정성까지 느껴진다. (문장 뒤의 느낌표에까지도 한 칸을 넣어 준 넉넉함이 있다.)   

 

위의 문법 서적은 민간 출판사에서 상업적으로 펴낸 것이니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한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대학수학능력고사를 찾아 봤다. 아래는 1999년 실시한 대학수학능력고사 사회과학탐구(인문계) 문제의 답항이다. 국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적으로 실시하는 시험 문제의 조판이므로 이 정도면 의심해 볼 생각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대화문에서 화자의 이름 뒤에 쌍점을 바로 붙여 쓰는 건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분명한 사실 같은데 이건 좀 아니다 싶다. 문제는 똑같은 사례가 같은 시험에서 대놓고 더 있다는 것이다    

 

기왕 과거의 사례를 들추는 김에 옛날 교과서를 찾아보았다. 아래 그림은 1959년 문교부에서 발행한 <중학 상업 1> 59쪽의 일부이다. 쌍점 전후의 간격으로 보아 글자 뒤에서 한 칸 띈 것으로 보기엔 좀 애매한, 반 칸 정도로 보인다. 어쨌든 띄어 쓴 건 분명하다.

 

1959년이면 한국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사회 각 분야가 제대로 자리 잡지는 않았을 때였으리라. 같은 교과서의 26쪽에서 이런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쌍점(Colon)이 쓰여야 할 곳에 엉뚱하게도 반쌍점(Semi-Colon, 이 부호에 대한 우리말은 고시되어 있지 않다.)을 찍어놓았다. 게다가 앞말과 띄지 않고 붙여 쓴 게 보인다. 한마디로 이 당시엔 통일된 원칙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엔 전후 혼란기에서 한참 지난 시기의 교과서를 찾았다. 1987년 교학사 발행 <중학교 체육> 77쪽의 아래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앞말 뒤에 한 칸을 띄고 쌍점을 찍었다.

 

아래는 1987년 동아출판사 발행 <고등학교 지구과학 1> 153쪽의 아래 부분이다. 괄호를 닫고 나서도 잊지 않고 한 칸을 띈 정성이 돋보인다.

 

맞춤법이라면 역시 국어 교과서다. 국어 교과서야말로 신뢰할 만하겠다. 아래는 1988년 문교부 발행 <초등 국어> 5-190쪽의 일부이다.

   

특이하게도, 같은 교과서의 56쪽을 보면 물음표까지 앞말에서 띄어 쓴 것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온전하게 한 글자인 전각의 간격이 아니라 반각 정도인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문장부호 하나를 글자 하나의 공간 중간에 배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침 같은 교과서의 45쪽엔 바르게 쓰는 방법이 나와 있다. 위에서 추측했던 문장부호의 간격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다. 결국 문장부호가 온전히 한 글자의 공간을 차지하되, 그 공간 안에서 어느 쪽에 위치하는가의 차이이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한 가운데 배치함으로써 앞말에서 조금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쌍점도 마찬가지이다. (줄임표는 후에 맞춤법이 개정되면서 점이 여섯 개에서 세 개로 줄었다.)

    

몇 년 뒤인 1992년 국정교과서에서 나온 <중학교 가사 교사용 지도서 3>56쪽 일부이다. 역시 일관되게 쌍점은 앞말과 띄어쓰기가 되어 있다.

  

이쯤에서 대개 쌍점은 앞말과 띄어 쓰는 것이 명확해졌다. 모든 문서를 찾아볼 수는 없으나 대략 1950년대로 가든 1990년대로 오든 적어도 대부분 교과서에서는 그랬다. 과연 외국의 문서도 그랬나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구글링을 했다.

 

아래는 1976UN에서 발간한 <국제 여성의 날에 대한 세계 회의에 대한 보고서(Report of the World Conference of the International Women’s Year> 45쪽의 일부이다. 컴퓨터 조판이 없던 당시 수동(또는 전동) 타자기로 찍힌 것인데 쌍점은 어김없이 앞말에 붙어 있다.

 

이로부터 10여년 후 나온 국제 통신연맹(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1989년 규정집이다. 쌍점의 앞말과 쌍점이 너무 좁지 않나 느껴질 정도로 딱 붙어 있는 게 명확하다.  

 

그렇다면 시대를 막론하고 쌍점의 띄어쓰기는 우리와 영어권이 달랐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공식 문서 말고 서적은 어땠나 보기 위해 이번엔 그야말로 고릿적자료를 찾았다. 아래는 1962Thomas Hayden의 책 <Student Social Action> 19쪽의 일부이다. 타이핑한 것이 아닌 활자 조판으로 인쇄된 서적에도 어김없이 쌍점은 앞말에 붙였다.

 

영어권만 찾다가 옆 나라의 사정은 어떤지 궁금증이 생겼다. 일본어를 몰라 애를 먹었고, 검색 능력은 달려도 이리저리 찾아 문서 하나를 건졌다. 1996년 일본의 <국립노동생활연구소, 国立労働生活研究所>에서 나온 자료에서 발견한 부분이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쌍점 앞을 띈 것이 보인다. 쌍점 찍는 것조차 일본의 영향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으나 양국의 자료를 충분히 보지도 않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것 같아 이쯤에서 어설픈 마무리로 방향을 틀었다.  

 

직장과 가사에 바쁜 사람이 자료를 더 찾고 분석하기엔 무리가 있겠다. 그래서 성급한 감은 있지만 이쯤에서 작은 발견을 정리하기로 한다. 민간과 공공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선 쌍점을 앞말에서 띄어 쓴 반면 영어권에서는 앞말에 붙여 쓰는 관행이 있었다. ‘관행이라는 말로 뭉개는 이유는 양쪽에서 띄어쓰기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와 근거를 찾는 건 나의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자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논문이라도 쓸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일어난 관행이야 그렇다 치고, 다음 편에서는 쌍점의 띄어쓰기에 관한 규정을 찾아보기로 한다.

 

(3편에서 쌍점 띄어쓰기의 규정을 주제로 글이 이어짐)

 


  

 

 

2. 쌍점 띄어쓰기의 관행.pdf
0.68MB

'SoSo한... > 탐구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점 띄어쓰기 파보기 4  (0) 2018.12.28
쌍점 띄어쓰기 파보기 3  (0) 2018.12.28
쌍점 띄어쓰기 파보기 1  (0) 2018.12.28
루빈슈타인의 한 마디  (0) 2016.06.29
(퍼옴) Classic 음악 용어  (0) 201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