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쌍점 띄어쓰기의 실제 – 교과서/참고서와 신문에서의 사례
앞에서 쌍점 띄어쓰기의 규정을 찾아 어떤 것이 올바른 사용법인지 알아보았다. 일상에서는 그러나 이런 규정이 지켜지기 보다는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쓰이는 느낌이다. 쌍점의 앞을 띄는 것이 오랜 세월을 거쳐 관행으로 굳어온 터라 규정이 새로 생겼다고 단번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이런 것에 별 관심도 없으며, 알더라도 굳이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2편의 문서(쌍점 띄어쓰기의 관행)에서 1950년대부터 1990년대의 오래 된 교과서와 시험문제를 살펴보았는데 여기서는 비교적 최근의 교과서/참고서와 신문에서의 사례를 찾아보기로 한다. 우선 교과서/참고서를 이것저것 들추었다.
먼저 교과서/참고서 쪽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시범적(?)으로 1990년대 말인 1999년의 참고서를 보자. 오른쪽은 두산동아에서 나온 윤리 참고서인 <High Top>의 201쪽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즈음엔 웬만한 책들에선 쌍점 앞을 띄어 쓰고 있다. 거의 모든 쓰임새가 이렇게 되어 있던 시절이니까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아래 그림은 2013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나온 3세 누리과정 교사용 지도서 제3권 <우리 동네>의 86쪽이다. 2015년 맞춤법 규정 이전인데도 쌍점 앞에서 붙여 쓰기를 했다. 시차는 좀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 같은 국가기관의 쌍점 띄어쓰기는 앞의 1999년 참고서에서처럼 ‘민간’ 관행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의 교과서를 찾아보았다. 아래는 2017년에 교학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화학 1>의 120쪽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국립국어원의 맞춤법 규정에 따라 쌍점 앞은 붙이고 뒤는 띄어쓰기를 했다.
2015년 이후의 교과서 편집 사례를 보기 위해 아래에서는 2017년에 발행한 몇몇 교과서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2017년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동아시아사> 175쪽
2017년 천재교육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지구과학 2> 187쪽
2017년 동아출판사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국어> 207쪽. 좀 옹색하지만 여하튼 규정을 따랐다. 다른 과목이라고 해서 맞춤법 규정에 어긋나도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국어교과서는 규정을 ‘확실히’ 따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그런 기대만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모든 교과서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냥 손에 잡히는 정도로 알아본 결과는 대체로 합격점이다. 별 기준도 없는 것처럼 중구난방으로 된 옛날 교과서와 자료보다는 최근의 명료한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쌍점의 띄어쓰기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교과서를 빼면 일반인이 맞춤법 규정의 준거로 삼을 수 있는 건 신문이라고 하겠다. 신문사에는 교열을 전문으로 하는 기자도 있으니 당연히 일상의 흔한 오류 정도는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요즘엔 주술 관계도 어색하게 하고 맞춤법도 틀리는 ‘함량 미달’인 기자도 꽤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신문에 나온 쌍점의 띄어쓰기 사례를 살펴본다. 신문에서 쌍점을 찾아보며 새삼 알게 된 건 기사에서 쌍점이 나오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기사가 제목 아래에 초지일관 서술하는 문장들로만 되었으므로 교과서나 참고서에서같이 항목을 정하고 그것의 내용을 나열하는 부분을 찾기가 꽤 어렵다. 그럼에도 눈을 부릅뜨고 찾은 결과물을 아래에 제시했다.
2006년 9월 1일자 <한겨레 신문> 12면의 일기예보 난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시나 쌍점 앞에 한 칸을 넣었다.
아래 그림은 같은 신문의 같은 날짜인 2006년 9월 1일자 16면 기사의 일부이다. 재미있는 건 같은 신문에서도 쌍점 전후의 띄어쓰기가 제각각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신문사 내부에서도 쌍점의 띄어쓰기 규정에 대한 ‘무게감’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문 기사 내용에서는 쌍점을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장 쉽게 쌍점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날씨 기사이다. 위의 2006년 9월 1일 날씨 예보에 이어 이번엔 꼭 6년이 지난 2012년 9월 1일의 7면 기사를 찾았다. 6년 전과 달리 현재의 규정에 맞춘 듯 쌍점 앞은 붙이고 뒤는 띄었다.
내친 김에 또 6년 후인 최근의 날씨 예보까지 찾았다. 2018년 9월 1일의 11면 기사인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높아진 해상도로서 그 사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실감나게 한다. 별로 신경 써서 볼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쌍점의 띄어쓰기 규정을 잘 지키고 있다.
여러 국내 신문 중 <한겨레>를 준거로 삼은 이유는 이 신문이 우리나라 일간지 중 최초로 한글 전용으로 발행한 것과 아울러 가로쓰기를 처음 했을 만큼 우리말글의 사랑에 앞장섰기 때문이다(거의 매년 대학생 신뢰도·선호도 1위를 차지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여기선 맞춤법에만 집중한다). 모든 일간지가 한자를 모르면 읽기 힘들 정도였던 시절인 1988년 창간호부터 한글 전용으로 가로쓰기를 했고, 그 뒤에 다른 신문들도 차차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해 온 것이다.
젊은 세대는 요즘 신문들이 원래부터 가로쓰기를 하고 한자를 전혀 또는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알겠지만 어찌 보면 이런 ‘혁신’도 누군가가 힘들게 작은 틈을 냈기 때문에 서서히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세상은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므로 이제는 다시 예전의 한자와 세로쓰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처음 ‘문신닙독’ 사진을 보며 ‘독닙신문’이라고 읽어야 했던 어색한 느낌을 다시 겪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한겨레> 외에 다른 신문의 구독권이 없는 관계로 겨우 찾아 본 다른 일간지의 사례 두 개를 추가한다. 2011년 4월 16일 <경향신문>의 사고(社告)이다. <한겨레>의 2012년 사례와 달리 비슷한 시기임에도 쌍점 앞뒤를 모두 띄어 썼다. 2015년에 국립 국어원의 쌍점에 관한 문장부호 규정이 나오기 전이니까 그냥 관행대로 자유롭게 했다고 생각된다.
규모에서 훨씬 큰 회사인 <동아일보>로 눈을 돌려보자. 흑백 그림은 2016년 <동아일보·채널A 수습기자-PD 수습 공채> 공고, 컬러 그림은 같은 공고의 2017년 버전이다. 2015년 이후이므로 당연히 쌍점 규정에 맞게 띄어쓰기를 했다.
문제는 <조선일보>이다. 이 신문이 추구하는 가치나 성향에 대해서는 뭐라 할 계제가 못 된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2000년 전후에 “우리가 쓰면 여론이 된다”고 말할 정도의 의제 설정 능력에 대한 오만이었다. 이랬을 정도니 우리말 맞춤법에 관한 것쯤이야 간단히 무시하고 자신들이 정한 나름의 규범에 따라 교열을 했을 터이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아마 제일 끝까지 한글 세로쓰기와 한자 사용을 지켜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록을 찾아보니 조선일보 스스로 1999년 3월 2일자로 '전면 가로쓰기를 하면서 국내 인쇄매체 세로쓰기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린다.'고 쓰기도 했다.
어쨌든 자칭 ‘1등 신문’의 사례를 보자. 차례로 2016년, 2017년, 2018년 <조선일보사 수습기자 공개모집> 공고이다. 한눈에 봐도 알겠지만 매년 전년도의 공고문을 일시만 제외하고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 그래서 쌍점의 띄어쓰기도 자동으로 같은 식이 되어 다른 신문에서는 따르는 2015년 국립국어원의 맞춤법 규범을 무시하는 꼴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쌍점의 띄어쓰기에 관한 한 <한겨레>와 <동아>는 규범을 따르고 있음을 보았다. 본격적인 연구자가 아니어서 모든 신문을 다 찾아볼 노력과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화의 오류는 있을 수 있겠다. 무작위로 손 가는 대로 골라 본 극히 일부의 사례이므로 이것들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의 심증에 대한 미량의 기여는 한 것으로 생각한다.
덧붙여 가장 최근의 <한겨레> 기사에서 찾은 사례를 보기로 한다. 2018년 12월 21일 2면이다. 주최가 ‘한겨레말글연구소’라니 규범에 더욱 정확하게 따랐을 것 같은 느낌이다.
2018년 12월 25일 <한겨레> 11면의 기사이다. 이제는 우왕좌왕할 필요 없이 확고하게 쌍점의 띄어쓰기 규범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시 사족으로, 현실에서의 사례를 보기로 한다. 2018년 12월 휴대전화로 받은 가스검침 문자이다. 규범은 규범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좋은 예가 되겠다. 관행으로 내려오는 오랜 습관(또는 오류)을 단번에 고치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다.
[탐구 후기]
처음에는 단순한 의문 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들여다볼수록 점점 일이 커져 결국 4편의 글이 생겼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전문 연구자도 아닌 일개 직장인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탐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례로, 신문에서의 쌍점 띄어쓰기 사례만 살펴보려 해도 우선 모든 신문의 구독권이 있어야 하니 겨우 신문 하나 구독하는 처지에서는 답이 없는 것이다(그나마 요즘 세상에 돈 내고 신문을 보는 사람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짬날 때마다 최대한 집중하였고, 힘닿는 데까지 탐구한 결과 적어도 한 가지의 의문을 해소했다는 작은 성과에 만족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쌍점의 앞을 띄어 쓰게 된 이유도 궁금해졌고 혹시 이런 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아이디어 차원의 근거 없는 심증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옛날 타자기로 찍은 스타일의 ‘Monotype’과 요즘 폰트의 간격(spacing) 문제를 조금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이 분야는 훨씬 더 자료가 넘치고 범위도 방대해서 이거야말로 연구자의 영역이 될 것 같았다.
그러므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반인’의 탐구 생활은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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