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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점 띄어쓰기 파보기 1

볕좋은마당 2018. 12. 28. 10:33

1. 쌍점 띄어쓰기에 관심이 생기다.pdf


1. 쌍점 띄어쓰기에 관심이 생기다.

 

어린 시절의 짧은 경험은 훗날 삶의 궤적과 취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남달리 관심을 쏟고 즐기는 취미도 알고 보면 어느 한 순간의 우연이 촉발한 것일 수 있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등학교 시절 여고생이던 누님이 통기타를 배웠고 어깨너머로 처음 접한 기타가 수십 년 후의 삶의 큰 조각을 차지하는 반려악기가 된 것이다.

취미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인의 성향이나 관심사도 비슷하게 생겨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생겨난다기보다는 잠재된 여러 소질과 취향이 특정 타이밍과 이벤트가 딱 맞아 발현되는 게 맞겠다. 아마도 흔히 말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한 예일 수 있다.

 

어린 시절 한동안 아버지가 쓰시는 방에서 잔 적이 있었다. 세무/회계에 관련된 일을 하셨으나 옛날 한학을 하신 선비답게 한자와 한글의 쓰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셨다. 초등학생이었던 막내를 옆에 놓고 주무시면서 아침마다 놓치지 않으시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글학자 한갑수의 바른 말 고운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찾아보니 국어학자로 나오는데 내 기억으론 본인을 늘 한글학자로 소개했다.) 아침 6시 전후 불과 5~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잘못 쓰는 말을 바로 잡고 올바른 맞춤법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에 누가 그런 것에 관심이나 있었을까만 매일 듣다보면 잠이 덜 깬 아이도 얼결에 귀를 기울일 정도로 중독성이 있었다. 내가 도무지 늦잠을 못 자는 체질인 게 이때부터 생체 시계가 고정된 때문은 아닐까 생각도 한다.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현 시대에 비하면 답답할 정도로 변변한 참고자료가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사소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아버지의 취향에 잘 맞았던 것 같다. 집안 어르신들과의 대화에서 아버지는 종종 한자의 쓰임과 한글 맞춤법을 화제로 올리셨고, 당연한 얘기지만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아버지의 아성을 누구도 넘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작은 경험 때문이었을까, 부지불식간에 올바른 언어 사용에 관심이 기우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훗날의 전공과 직업으로 연결된 건 아니겠으나, 어차피 우리가 매일 써야 하는 말이고 글인데 기왕이면 정확성을 추구하는 마음이 본능처럼 흐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서, 신문 기사에서조차도 맞춤법 오류가 심심찮게 보이기도 한다. 우연히 내 눈에 걸린 게 한두 번이 아닐 정도니 마음먹고 찾는다면 훨씬 많은 잘못이 매일 나올지도 모른다.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춘 교열기자의 눈도 피해간 오류가 생긴 걸 보면 한글 맞춤법이라는 게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것인지 실감한다. 게다가 별 관심이 없다면 국립국어원이 새로 공지할 때마다 바뀐 맞춤법을 인지하고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나 스스로는 일반인들보다는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늘 배울 것만 있으니 뭐든 짬을 내서라도 찾아봐야 하는 처지다.

 

마침 수년 전부터 트위터에서 국립국어원이나 맞춤법 봇을 팔로우하면서 예전엔 미처 몰랐던 까다로운 문제를 새삼 깨우치곤 했다. 옛날 같으면 일일이 국어사전을 들춰야 했던 궁금증도 클릭 한두 번으로 해결되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이러한 현대 과학기술 덕분에 내노라하는내로라하는이어야 맞고 한자+한자로 된 말 중 오직 여섯 개에만 사이시옷을 쓴다는 사실도 쉽게 알게 되었다. ‘오랫만에가 아니라 오랜만에가 맞고 어따 대고가 아니라 얻다 대고가 맞는 것도 새삼 배웠다. 직업상 가까이에 국어 선생님이 있으니 띄어쓰기는 붙여 쓰고 붙여 쓰기는 띄어 쓴다는 원리를 발견하고 미소 짓기도 하지만 역시나 띄어쓰기는 너무나 어려운 분야인 것에 좌절하기도 한다.

 

말이 길어지다 보니 무엇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가물거린다. 원래 이 글의 부제는 나는 어떻게 맞춤법에 집착하게 되었나쯤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집착이라고 하면 병적인 뉘앙스가 있으니 집착대신 천착(穿鑿)’으로 하면 폼이 좀 날 것 같건만, 국어 전공자나 우리말 실력자들이 보기엔 낯간지러운 내용이기 십상이다. 결국 한참 더 내려가서 그냥 쌍점 띄어쓰기에 관심이 생기다.’를 부제로 삼기로 했다.

 

글이 이미 장황해진 김에 지난 얘기를 더하면, 나는 주한미군 중대본부 행정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엄연히 KATUSA(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들은 흔히 카츄샤라고 부른다. 졸지에 러시아 여인의 이름이 된 것이다. 요즘엔 TOEIC 점수로 선발한다는데 그땐 영어, 국사, 국민윤리 세 과목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게 끝이면 좋았겠지만 훈련소에서 또 다른 시험을 거쳐 행정병 보직을 받게 되었다. 시험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어찌어찌하다보니 군대 가느라, 그리고 행정 보직을 받느라 그렇게 되었다.

 

자대 배치 전 평택 기지에서 따로 3주간 행정병 교육을 받으며 당시엔 기술로 쳐주던 타이핑부터 익혔다. 서신을 포함한 공문서 작성과 분류 등 행정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대에 배치된 뒤로는 온종일 타이핑으로 점철된군 생활을 시작했다.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의 타이핑이란 손가락이 푹푹 빠지는 수동 타자기를 치는 것이었다. 고참이 되어선 현재의 자판 느낌에 좀 더 다가간 전동타자기를 사용했다. (그때의 진동이 손가락에 전해오는 느낌이 들어 회상에 젖는 순간이다!) 군 생활 내내 같이 한 텍스트와 타이핑이 얄궂게도 훗날 직장인의 삶에서도 뗄 수 없는 운명의 일부가 되었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온 이야기는 이렇다.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남보다는 맞춤법에 좀 더 민감하게 되었고, 20대 이후 거의 평생을 타이핑을 하고 살았으며, 동시에 맞춤법에 민감했으면서도 무심코 지나친 것이 있었음을 최근에야 발견했다는 거다.

 

발견이란 바로 쌍점[:]에 관한 것이다. 영어의 콜론(Colon)을 우리말로 쌍점이라고 하는데, 이게 좀 아리송하다. 명칭이나 사용법이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이 쌍점의 띄어쓰기가 눈에 거슬리는 거다. 글의 띄어쓰기도 어려운데 그깟 문장 부호의 띄어쓰기가 무슨 대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서 위에서 장황한 배경을 쓰고 나의 집착이라고 한 것 아닌가. 문제는 나의 오랜 타이핑 생활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 현실에선 만연한 듯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쌍점의 띄어쓰기에 대한 문제를 파 보기로 했다.

 

(2편에서 쌍점 띄어쓰기의 관행을 주제로 글이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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