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K대학교를 비롯해 의료원, 남/여고, 남/여중, 초등학교, 유치원으로 이루어진 학교법인에 소속되었다. 매년 수능고사 직후엔 대학별 논술고사가 이어지고, 같은 재단에 속한 학교의 교직원들은 K대학교의 논술 고사에 감독으로 차출된다. 그 해에도 예년처럼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시험 감독을 했는데, 무작위로 감독 배정이 되기 때문에 매번 다양한 학부/학과의 수험생을 경험한다. 그날 나는 의예과 지원자들을 감독하게 되었다. 의예과 수험생들... 장차 의사가 되어 생명을 구하거나 의과학자가 되어 의술의 발전에 이바지할 사람들이 아닌가. 자연계열의 최우등생이라면 의대를 지원하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니 의예과 논술고사를 보러 온 아이들은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공부의 신'이라 할만하다.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