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란은 가훈이 '정직'이라던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은 사람을 평할 때 남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는데,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갑자기 '당선자' 대신 '당선인'을 써달라고 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뒤 우리 현대사에 먹칠을 하는 일들이 생겼고, 이래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이 어쩌면 이렇게 딱 들어맞나 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억지로 변경된 한 글자로 최근 누군가 잘도 지껄인 '동료 시민'을 대하는 그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난 지금도 이를 통한 평가 기준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게 2007년 2월의 일이었으니 단 한 글자가 16년 넘게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사실 헌법에는 당선자라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당선인이라고 쓰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그래서 하위 법인 공직선거법, 인사청문회법, 대통령직 인수법에 당선인이라고 표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당선인'을 뽑은 '유권자'가 되기 보다 '당선자'를 뽑은 '유권인'이 되고 싶다. 국민을 뭘로 알고 말글까지 헷갈리게 만드는 세력이 사라지고 예전처럼 '당선자'를 뽑은 '유권자'로 돌아가는 게 제일 좋겠지만...
마침 어젯자 신문에 이에 대한 문제가 '또' 제기되었는데, 역시 훌륭한 분들의 의견에는 지식의 체계가 있어 배울 게 많다. 아울러 관련 기사들도 시간 역순으로 (링크로) 첨부해 본다.
당선자? 당선인?…유권‘인’은 어떤가
- 수정 2024-04-10 18:42
- 등록 2024-04-10 16:03

박만규 | 아주대 교수·전 한국사전학회 회장
선거 때만 되면, ‘당선자’와 ‘당선인’ 중 어느 것이 맞는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헌법에 ‘당선자’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하위 법률에 ‘당선인’이라는 표현이 있어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가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논란은 시작되었다.
이는 아마도 ‘사람 인(人)’ 자가 ‘놈 자(者)’ 자보다 더 품격있게 느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뜻풀이에 사용된 ‘놈’이 현대어에 들어와서 경멸적인 뉘앙스를 갖게 됨에 따라 생긴 오해일 뿐, 실제 우리말에서 ‘-인’과 ‘-자’는 품격에 있어 아무런 차이가 없다. 만일 ‘놈 자’에 폄하의 뜻이 있다면, ‘학자’, ‘과학자’, ‘성직자’, ‘교육자’ 등과 심지어 ‘성자’(聖者)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만일 그러하다면 ‘기자’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부를 것이며 한국의 ‘과학자 협회’에서 지금껏 이렇게 조용히 있겠는가?
이제는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당선자’와 ‘당선인’ 중 어느 것이 국어 문법상 옳은 것일까 하는 것을 언어학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자’는, 주로 일시적인 행위나 활동을 하는 개인을 가리킬 때 쓰인다. ‘참석자, 합격자, 가해자, 목격자, 패배자, 응시자’처럼 말이다. 이 경우 ‘-인’을 써서 ‘참석인, 합격인, 가해인, 목격인, 패배인, 응시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자’는 (직업이 아니라) 일시적인 역할을 맡은 개인을 가리킬 때 쓰인다. ‘운전자, 보행자, 생산자, 소비자, 자원봉사자’ 등이 그러하다. 이들을 ‘운전인, 보행인, 생산인’이라 하지 않는다.
또한 ‘일시적인 상태에 있거나 일시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개인을 가리킬 때도 ‘-자’가 쓰이는데, ‘독점자, 확진자, 보균자, 생존자’와 ‘유권자, 선거권자’가 그러하다. 이 경우에도 ‘-인’을 쓸 수 없다. ‘확진인, 독점인, 유권인’은 안 된다.
반면에 ‘-인’은 (일시적인 상태에 있는 개인이 아니라) 본래부터 특정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인다. ‘원시인, 현대인, 교양인, 지식인’이 예가 된다. 이들을 ‘원시자, 현대자, 교양자, 지식자’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국가, 지역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도 ‘-인’이 쓰인다. ‘한국인, 미국인’과 ‘동양인, 서양인’, ‘호남인, 영남인’ 등이 그러하다. 이런 경우에도 ‘-자’를 쓸 수 없다.
한편 한 분야에서 ‘직업으로 활동하는 개인’을 뜻할 때는 ‘-자’를 쓰는 용법도 있는데, ‘노동자, 근로자, 연기자, 교직자, 성직자, 과학자, 자영업자, 건설업자’ 등이 그러하다. 반면에 (직업이 아니라) 한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 즉 그러한 집단에 소속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는 ‘-인’을 쓴다. ‘종교인, 법조인, 의료인, 연예인, 체육인, 방송인, 출판인’ 등은 반드시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사람, 예컨대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사람을 비롯한 그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총칭하는 것이다.
요컨대 일시적 상태에 있는 개인을 가리킬 때는 ‘-자’를, 지속적인 상태나 속성을 가지는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는 ‘-인’을 쓰는 원칙이 있으며, ‘직업으로 활동하는 개인’에는 ‘-자’를,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집단에 속하는 사람’에는 ‘-인’을 쓰는 원칙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말의 어법에 따라, 일시적인 상태에 불과한 느낌을 주는 ‘당선자’보다 본래부터 특정한 속성을 가지는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당선인’이 훨씬 더 권위가 있게 느껴진다. 바로 이 때문에 ‘당선인’으로 쓰고자 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일시적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고, 또한 당선자 전체가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을 이루지도 않으므로(이들은 곧 당선자 신분을 떼게 된다) ‘당선자’가 옳지 ‘당선인’은 결코 옳지 않다. 특히 ‘공천자’로 시작하여 ‘후보자’였던 사람이 ‘당선자’가 아니라 갑자기 ‘당선인’이 되는 것은 일관성도 결여하고 있다.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유권자’를 ‘유권인’으로 함께 격상(?)시키지 않는다면 본인도 그저 ‘당선자’로 남기를 바란다. 올바른 정치도 우선은 올바른 우리말의 어법을 지키는 노력의 전제 아래 펼쳐야 하지 않을까?
2022년 4월 권태호 기자의 글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9771.html
[권태호의 저널리즘책무실] 는 왜 ‘당선자’라고 쓰나?
<한겨레>는 ‘당선자’와 ‘당선인’ 중 무엇을 쓸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양쪽 의견이 모두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당선자’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선거 이전에 논의됐으며, 정치적 고
www.hani.co.kr
2022년 3월 노지민 기자의 글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892
윤석열 ‘당선자’인가, ‘당선인’인가 - 미디어오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를 ‘당선자’로 부르는 게 맞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지금은 두 표현의 경계가 흐릿해졌지만 언론이 너무 쉽게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특
www.mediatoday.co.kr
2022년 3월 김진해 교수의 글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5544.html
[말글살이] 당선자 대 당선인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헌법에 ‘대통령 당선자’라 분명히 나오는데도, 대통령직인수법에는 ‘대통령 당선인’이라면서 따로 뜻풀이까지 해놓았다. 인사청문회법
www.hani.co.kr
2012년 최우규 기자의 글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212202057265#c2b
[마감 후]당선자, 당선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국민을 통합해달라,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 서민 삶을 보듬어 달라, 남북 문제를 잘 풀라” 등 좋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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