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한.../타인의 일상

# 마늘 냄새라...

볕좋은마당 2023. 8. 19. 23:16

한국 사람들에게선 마늘 냄새가 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음식엔 마늘 양념이 늘 들어가니까. 그런데 인천 공항에 내리면 마늘 냄새가 난다는 말은 너무 나간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버스나 전철을 타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몰라도 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다. 도대체 왜 저런 향수인지 뭔지를 몸에 뿌리는지... 자기는 좋겠지만 좁은 공간에서 내 옆에라도 와서 앉는다면 고역이 따로 없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역시 그곳만의 냄새가 있었다. 첫 방문지인 이스탄불 공항에 착륙하여 비행기 승강구를 나가는데... 억~! 이 냄새는 바로... 아, 맞다. 가끔 외국인에게서 났던 바로 그 '센' 냄새. 이 나라에선 이런 독한 냄새를 계속 맡아야 한다는 부담이 몰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체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다. 
 
차 안, 레스토랑, 호텔 할 것 없이 어디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우리가 손을 씻듯 그들은 향수를 뿌려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심지어 호텔 화장실에 비치된 비누에도 그 냄새가 '기본 사양'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냥 손만 씻어도 내 몸에 자연스럽게 냄새가 흡착되었다. 
 
버뜨, 그러나...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 3~4일 정도 지나면서는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냥 그러려니, 역하지도 새롭지도 않게 되었다. (냄새에 예민한 아내는 끝끝내 적응이 안 돼서 힘들어했다.) 그런데 세상 일에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 더 센 냄새에 덮여버린 걸까. 언제부턴가 그렇게 많이들 피워대는 담배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거다. 분명히 앞의 놈이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는데 냄새는 안 나는... 영상은 있는데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묘한 경험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 1위인 담배 냄새가 '삭제'되다니.
 
이스탄불을 떠나면서 그 나라 냄새와는 완전히 이별했다. 그 뒤 이탈리아의 몇몇 도시들과 돌로미티 지역, 프라하, 프랑크푸르트를 거치는 동안 지역 특유의 냄새는 점차 옅어져 갔고 마침내 존재를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튀르키예 사람들이 좋아하는 냄새는 참으로 유별났던 것 같다. 
 
5주일이 넘도록 유럽을 떠돈 끝에 드디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생은 타이밍! 폭염과 폭우를 동반한 장마가 7월 26일에 끝났다는 기사를 보며 7월 27일에 들어온 거다. 착륙이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 외국인은 한국에 내리면 마늘 냄새가 난다는데 정말일까.
 
비행기가 착륙하고 승강구를 향하는 긴 줄이 생겼다. 나가자마자 마주칠 덥고 습한 날씨를 각오하고 있는데 이윽고 문이 열렸다. 아니나 다를까, 훅! 하는 열기가 얼굴을 덮었다. 내 몸으로 확인하겠다는, 불타는 의지로 콧구멍 평수를 넓히며 치켜 들었다. 음, 한국의 냄새라는 걸 맡을 수 있을지도…
 
언젠가 들었던 얘기가 선입견이 되어 후각에 영향을 주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 저 멀리서, 그것도 더운 날씨에 갈릭 빵을 먹고 있는 '느낌적인 느낌' 또는 '냄새적인 냄새'가 코 끝에서 맴돌았다. 역시 한국에선 마늘 냄새가 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설마 근처에서 마늘 빵을 먹을 리는 없는데...
 
그냥 기분 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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