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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조종사'

볕좋은마당 2022. 3. 16. 23:14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학창 시절 동아리 후배가 (친구에게 속아)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에 접한 산을 덜컥 샀다. 거의 방치하고 있었는데, 경치가 좋으니 요즘 핫한 캠핑이나 Bush Craft 같은 거 하면서 놀면 좋겠다고 몇몇이 부추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면 누군가 마음먹고 올라가서 경사진 곳을 깎고 다듬어 평지를 만들어야 한다. 놀겠다는 목적의식 뚜렷하고, 장소도 훌륭하고, 의지가 굳은 것까지는 칭찬할 만한데... 그 산에 올라가 일을 해야 하는 '누군가'는 누구인가? 

 

누군가가 굴착기를 운전하여 산을 깎아야 한다. (흔히 프랑스 회사 이름인 'Poclain'으로 잘못 말하기도 하는데, '굴삭기'냐 '굴착기'냐 논란 끝에 굴착기가 법적으로 표준이 되었다.) 후배들이 쿵짝쿵짝 몰래 작당을 하더니 나를 적임자라고 몰아세우는 데 성공했고, 이 모든 간계의 첫 단추로 결국 내가 면허를 받았다. '시간 부자'가 되자마자 빈틈을 비집고 훅 들어오는 공세에 당한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난생 처음 굴착기 레버를 잡고 실습 시작. 오른손으로만 하는 기본 동작이라 왼손으로 짧은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시험을 보지 않고 이론과 실습만으로 면허를 받을 수 있는 3톤 미만의 굴착기다.

팠다 묻었다를 반복. 순식간에 사람 여럿을 '묻어버릴' 수 있는 무덤 하나를 팔 수 있다. 기계의 힘이란...

구청에 가서 면허를 발급받고 보니 무려 '조종사'라고 되어 있다. 하핫! 어린 시절 한 때는 조종사를 꿈꾼 적도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꿈을 이루다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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