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기타 교실>이 문을 닫는다. 1973년 광화문의 모짜르트 음악원에서 클래식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하신 이래 거의 반백 년을 오로지 한 길을 걸어오시며 약 5,000명의 제자를 길러내셨다. 그 중에는 장승호, 오승국, 김남일, 나영수, 이명근, 윤종태, 이성준, 임미가, 김보금, 김희연 등 프로 연주자와 전공생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와 지도자들도 있다. 숙명여대와 경희대 클래식 기타 동아리를 지도하시면서 불모지나 다름 없던 우리나라 기타계가 현재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엄청난 공헌을 하시고 이제 공식 은퇴를 하시는 것이다.
학원은 우리의 영원한 '아지트'였다. 공연히 들렀어도 한참을 갖고 놀 수 있는 기타가 있었고, 휴대폰이 없어 약속을 정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엔 술 먹기 전 만남의 장소였으며, 종종 열심히 연습 중인 전공생의 연주를 듣는 호사도 누렸다. 얘기하고 들렀든 불쑥 들렀든, 이유가 있었든 없었든 선생님은 언제나 변함 없이, 늘 같은 모습과 마음으로 거기에 계셨던 것이다.
이대로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몇몇 제자들과 선생님의 두 따님들이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북서울 꿈의숲 중식당 <메이린>에서 그간 거쳐 간 제자들 중 일부를 불러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로 한 것이다. 기타리스트 장승호 님과 후배 이ㅎㅈ와 여러 번 만나 기획 회의와 리허설을 했으며, 숙명여대 기타 동아리 '설현애'의 전설이신 서ㅁㅇ 님은 재정 관리를 도와주셨다. 나는 선생님 가족과 다른 제자들에게서 받은 사진으로 동영상 제작을 맡아 며칠 동안 컴퓨터를 혹사시켰고, 장승호 씨는 프로젝터와 스크린, 감사패를 준비하면서 동분서주했으며, 이ㅎㅈ는 사회와 진행을 맡아 수고했다. 준비하는 제자들끼리 수많은 카톡 대화가 오가면서 같은 문하생들의 끈끈한 유대가 힘을 발휘했다.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보기 힘들었을, 10년도 넘게 못 만났던 여러 얼굴들을 보는 반가움은 덤이었다. 어쨌든 오류나 실수 없이 계획한 대로 '파티'가 잘 끝났으므로 방명록 삼아 여기 후기를 남긴다.
행사 전날, 미리 만든 영상을 상영하기 위해 장비를 점검하고 설치하는 장면. 스크린 바로 앞 60cm 이내에서 쏘는 '단초점' 프로젝터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사정상 구형 프로젝터를 빌려 썼다. 할 수 없이 스크린에서 2m 이상 떨어져 꽤나 걸치적거리는 곳에 설치해야 했다는...
선생님 따님들이 만들어 온 펼침막
장승호 님의 수고로 준비한 감사패
6분 좀 넘게 편집한 선생님 소개 동영상. 선생님의 옛날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에서 대표적 장면을 발췌하였다. 배경음악은 장승호 님의 CD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에 있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를 사용했다. (현장에선 스크린에 맞춰 4:3 화면으로 상영한 것을 이곳의 비율인 16:9로 다시 렌더링함)
식사하는 동안 상영한 영상. 약 180장의 사진으로 만들었다. 배경음악은 기타리스트 장승호, (현 단국대 뮤지컬학과) 이성준 교수의 음반에 수록된 여러 곡을 이어 붙였다. (업로드용량 제한으로 해상도를 낮춰 16:9 화면으로 다시 렌더링함)
지난 세월을 돌아보시며 오히려 제자들에게서 사랑을 받았노라고 말씀하셨다.
이래 보여도 자리를 빛내고자 온 사람이 50명 가까웠다.
선생님을 찍는 카메라들을 보면 거의 아이돌 수준의 인기이다.
60대 원로부터 20대 전공생까지 제자들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 (최근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박신혜의 대역으로 나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공생 김희연의 뒷모습도 보인다.)
광화문에서 지도를 시작하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원로 제자분들과 함께한 행복한 가족
식사 전 행사의 이모저모 스케치.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 진학 예정인 김보금,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지난 12월 말에 귀국한 임미가, 핑거스타일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안중재가 축하연주를 했다.
연주를 했던 임미가를 포함해 몇몇 후배들이 행사 뒤 우리 집에 와서 기타 치고 와인 마시고 수다 떨며 한~참을 놀다가 새벽 2시 반이 넘어 파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프랑스에서 4년의 유학을 마치고 막 귀국한 '따끈따끈한' 기타리스트인 임미가와 그의 세계적인 명기 Daniel Friederich가 어우러져 큰 감동을 선사했다. 우리 아마추어의 연주는 '음악'이 아니라 그냥 '소음'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다른 시공간에서 온 듯한, 그야말로 천상의 연주를 바로 앞에서 보는 내내 '황홀경'을 경험하였다.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가 녹록치는 않겠지만 모쪼록 앞길에 많은 즐거움과 성취가 있기를... (10년 전에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 찍은 영상이 있다: https://jrodrigo.tistory.com/988 그때는 10대의 테크니션, 지금은 20대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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