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전국리코더 콩쿨 실황
병록이도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에서 모두들 하는 리코더를 불었다. 그러다가 흥미가 생겼는지 집에서도 눈만 뜨면 계속 불어댔고,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는 생각에 레슨을 받게 해달라고 했다. 안이한 편견(?)에 리코더를 무슨 레슨까지 할까 생각하며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리코더는 특히 독일에서는 어엿한 악기로 대접받고 있거니와 국내에도 예술종합학교엔 전공생들까지 있는 번듯한 악기였으므로 당연히 레슨하는 곳도, 프로 연주가들도 있었다.
6월과 7월에 걸쳐 토요일마다 서초동 리코더 아카데미에 보내기 시작했다. 하라는 Classical Guitar는 시들해 졌는지 별무관심이고, 리코더는 밤새도록 불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종일 불어댔다. 레슨을 7회 정도 받고 박미경선생님의 권유로 나간 콩쿨...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오랫동안 연습한 실력자들이 몰리는데, 겨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는 실력이니 예선이나 통과하면 다행이지 싶었다. 게다가 6학년들이 참가한 5-6학년 부에서 5학년이라면 불리한 조건이 아닌가.
연습 과정이 이어지면서 악기가 싸구려니 어쩌니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좀 재미가 붙으니까 자연스럽게 좋은 악기에 대한 동경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콩쿨에 나가보니 욕심이 생겼는지 결선 때는 선생님의 흑단(Ebony) 리코더를 빌려서 불었다. 좋은 악기를 사 달라는 요구에 아이 엄마는 "네 실력으로 무슨 좋은 악기야. 콩쿨에서 1, 2등이나 하면 사줄까..."하는 투로 슬쩍 모면하였다.
말이 씨가 된다고... 예상은 빗나가서 웬일로 예선 통과를 하더니 결선에서 덜컥 은상을 받았다. 결국 2등을 했으니까 약속대로 좋은 악기를 사 달라고 했고, 엄마는 아얏 소리 못 하고 값나가는 독일산 리코더를 사줄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마침 제작자들이 내한하여 악기전시회를 연 현장에서 말이다. 세상 일이란... 자나 깨나 말 조심할 일이다. 특히 기회 포착의 달인인 아이들에겐...ㅡ.ㅡ;;
이후 병록이는 리코더 합주단에 들어 주말마다 즐겁게 연습을 하러 다녔다. 그 뒤 1년간 캐나다에 가 있느라 쉬다가 다시 합류하여 2007년 연말에 자선연주회에 참가하였다. 하지만 중간의 단절은 여러모로 악기와 음악에서 멀어지도록 만든다. 같이 연습하던 녀석들 중 하나가 예술종합학교 리코더 전공 예비학교에 되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는 듯한,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였다. 그러나 어쩌랴. 생계를 이어야 할 연주가의 길이냐 적당히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의 길이냐를 택하는 것은 눈앞의 현실인 것을...
'음악방 > 가족 연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록의 Photo Documentary(1995~2006) - 2007년 2월 제작 (0) | 2009.01.27 |
---|---|
Recorder 콩쿨 다큐멘터리 - 2007년 2월 제작 (0) | 2009.01.25 |
Moonlight (Solo) by F. Sor - 4학년 (0) | 2008.12.07 |
Etude in G (Andantino) by Carulli - 2학년 (0) | 2008.12.07 |
Etude in G (Andantino) by M. Carcassi - 2학년 (0) | 2008.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