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이었을 때, 어느 회식 자리였다. 옆에 앉으셨던 지리과 K선생님은 내 나이를 물어보시고는 일순 얼굴이 환해지셨다. "아, 그럼 호랑이띠 아녀요? 반갑구먼. 나도 호랑이띠인디." 어울리는 걸 좋아하여 무엇이든 남과 연결하고픈 사람들은 같은 띠인 것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낀다. 그 선생님의 연세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는 무심하게 내 나이에 열두 살을 더해 대꾸했다. "음... 그럼 선생님은 47세이시군요." 사람에 따라선 나이와 피부 상태가 딱 맞게 보이지 않기도 한다. 난 그저 그분의 얼굴에서 그 나이쯤의 느낌을 받았을 뿐... "어... 어... 띠 동갑은 맞는데... 난 사실 당신보다 스물네 살이 많은걸. 허허!" 둘 다 당황했다. 그 선생님은 내가 무심코 뱉은 말에 갑작스러운 횡재를 얻은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