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른들은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두 달이라도 먼저 태어난 녀석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햐~! 한나절 땡볕이 다르긴 다르네." 유아기에는 확실히 한두 달 차이가 크다. 한나절만 더 땡볕을 쬐어도 차이가 난다고 농을 섞어 과장을 했는데, 어느 정도 크고 나면 한두 달 차이는 거의 눈에 띄지 않기 마련이다. 그럼 고등학생의 '1년 땡볕'은 어떨까. 지리과 K선생님은 처음 뵈었을 때 이미 머리가 정수리 너머까지 벗어진, 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셨다. 수년간 같이 근무하며 그 모습에 낯이 익어버렸는데 정년이 다 되신 마당에 가발을 새로 맞춰 쓰신 거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표현하기가 민망하면 사람들은 그냥 조심스러운 인사치레만 한다. 적당히 모른 척하는 게 예의라는 것 정도는 알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