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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온 앵무새 "딱지"

볕좋은마당 2014. 1. 14. 23:21

수유동 단독 주택에 살던 2010년 봄에 데려온 모란앵무 '쭈쭈'가 죽었다. 아이가 수퍼에 간다고 데리고 나갔다가 현관에 들어와서 내려놓았는데 신발을 벗던 아이의 스텝이 꼬여 비틀거리며 발을 디뎠고, 하필이면 그 밑을 지나가다가 밟히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방에 있다가 나가 보니 이미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렀고 축 처져 절명한 상태였다. 미우나 고우나 3년 반을 같이 살다가 간 거다.

(2010년 봄의 사진: http://blog.daum.net/jrodrigo/382)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모란앵무 특유의 전혀 아름답지 못한 울음소리였지만 그마저도 몇달 간 들리지 않으니 어딘지 공허함이 있었다. 연주 녹음할 때 찌직거리는 울음소리가 끼어들어 짜증이 나기도 했고 털날림과 먼지를 치우느라 번거롭기도 했지만 있던 놈이 없으니 그도 허전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이번엔 그린칙코뉴어(Green Cheek Conure)를 데려왔다. 1~2주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 본 결과 애교와 소음과 크기 등 여러 면을 고려하여 결정한 종이다. 1월 2일 상도동의 강남조류원을 방문하니 그린칙 코뉴어 몇 마리가 있었는데, 이유식이 끝나고 날짜가 좀 지나서 친밀도가 떨어진 녀석들이라 데려오기가 망설여졌다. 마침 이유식이 아직 끝나지 않은 어린 녀석이 한 마리 있었는데 이 놈은 그린칙 코뉴어 계열의 시나몬(Cinnamon) 코뉴어. 색이 좀 엷고 부드럽다. 이유식을 약 보름 정도 더 해야 한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친밀도 향상을 위해 이 시나몬 코뉴어란 녀석을 데려오게 되었다.

  

 

 

 

(아직 덜 자라서 꼬리깃도 짧고 털도 부스스하지만 대략의 모습은 갖춰졌다.)

 

문제는 하루 세 번 이유식 가루를 풀어 중탕으로 온도를 맞추고 숟가락으로 떠먹이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애 키운지 거의 20년 만에 새를 이유식 먹여 키워야 하는 팔자가....ㅜ.ㅜ

(처음엔 이 동영상에서처럼 매번 이유식을 만들었지만 매번 하는 게 귀찮아서 이후엔 몇 끼 분을 해 놓고 조금씩 덜어 중탕을 했다.)

 

아직 어려서 본격적(?)으로 목욕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에 대충 앞가슴을 대는 정도는 스스로 한다. 드라이어의 따끈한 바람을 쐬어 주니 꼼짝 않고 서서 지~대로(!) 자세가 나온다. 이건 뭐 새가 사람에게 봉사하는 건지 사람이 새에게 봉사하는 건지 살짝 헷갈리는 상황. 어린놈인데도 상전이 따로 없다는... 

 

데려온 지 2주일 만에 '딱지'로 이름을 지었다. '껌딱지'는 애완조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의 나름 전문용어(?)로서 새가 사람에게 껌처럼 달라붙는 경우를 일컫는다. 대개 어렸을 때 길이 안 들었거나 평소 잘 놀아주지 않으면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져서 물거나 도망가기 일쑤인데, 반대로 너무 사람에게 달라붙으면 '껌딱지'라고 부른다. 뾰족하게 생각나는 이름도 없는 데다가 2주일 길러 보니 이 녀석은 벌써부터 심상찮다. 남들은 자기 새가 손을 피하느니 사람을 보면 겁내느니 하며 고민을 호소하는데 이 놈은 아침부터 새장에서 꺼내달라고 발버둥 치지를 않나, 문 열어 주면 점프해서 나와 기어오르지를 않나, 잠시라도 저와 놀아 달라고 달라붙지를 않나... 그래서 그냥 '딱지'로 부르기로 했다. ㅋ (주인님이 힘들게 기타 연습하시는데 굳이 무릎 위에 앉아서... 털 고르고 졸기까지. 아주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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