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지, 해야지'하며 오랫동안 별렀던 옛날 비디오 정리를 시작했다. 말이 좋아 옛날이지 '무려' 1990년대의 VHS 시절을 지나 2000년대의 8mm 테입과 디지털 6mm 테입들이 수북이 쌓인 거다. '거사'의 관건은 20년도 더 된 Sony 캠코더의 안위다. 주인 잘못 만난 탓에 오랜 학대를 견디어냈지만 이젠 오늘내일한다. 기계만 힘든 게 아니다. 수행하는 자세로 테입을 하나씩 넣고, 데스크탑에서 캡처하고, 에러를 해결하고, 그걸 또 편집해서 업로드해야 한다. 이 무슨 고된 신역(身役)이란 말인가.
아날로그건 디지털이건 기계 장치 안에서 돌아가며 데이터를 기록하는 자기 테입이 사라진 건 대단한 축복이다. (언제나 과학자와 공학자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VHS 테입이야 물리적으로 변형되면 화면이 일그러지거나 지지직거리면서 대충 지나갔는데, 열화 현상이 없어서 좋다는 Digital 6mm 테입은 에러가 생기면 캡처된 파일이 뚝뚝 끊겨 따로 저장되는 난잡한 상황이 생긴다. 그나마 몇 초씩이라도 캡처되는 건 운이 좋을 때 일이고... 그래서 때로는 한 곡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파일조각을 이어 붙여야 하는 '대환장 파티'가 벌어진다. 디지털의 세계는 정확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그만큼의 까다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아날로그처럼 슬쩍 뭉개고 넘어가는 일 따위는 없으니 이런 작업은 결국 고생길인데... 이왕 시작한 거니까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기로 한다.
2006년 12월 대학 동아리 후배들과 했던 송년 연주회에서의 한 곡을 추출했다. 명곡 중의 명곡이며 나의 최애곡이기도 한 <항구의 4계> 중 겨울. 그땐 모두들 혈기왕성했는지 조급하고 거친 연주가 되었다. 다시 할 수 있다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회가 되려나...
<Invierno Porteño> from "Las Cuatro Estaciones Porteñas" by Astor Piazzolla (Performed live in December 2006)
https://youtu.be/9yGkGVb1T1k?si=FzzzJ-ofR_k8fgGW
'음악방 > 나의 연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Allemande BWV 996 by J.S. Bach (2) | 2025.01.15 |
---|---|
Torija by F. M. Torroba (4) | 2025.01.08 |
(혼자서 Quartet) Minuet & Trio by L. Boccherini (0) | 2024.12.10 |
옛 사랑 by 이영훈 (0) | 2024.11.27 |
Prelude BWV 998 by J.S. Bach (2) | 2024.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