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Etude Op.139-1 & 4 by M. Giuliani

볕좋은마당 2023. 1. 17. 10:48

며칠 전 대전-천안을 다녀오는 길에 오산에 들렀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도 지금 갖고 있거나 예전에 썼던 악기는 거의 모두 앞판이 Cedar로 되었다. 오랜 세월 같은 재질의 악기에서 나오는 공통의 음색에 좀 식상했고, 무엇보다 중주를 녹음하면 파트별로 다른 악기를 써도 비슷한 음색으로 버무려지기 일쑤라 그것도 듣기 지루했다. 그래서 Spruce로 된 악기를 찾아 여기저기 중고거래 사이트를 들여다보다가 강서구의 제작자 곽O수 씨에게 괜찮은 중고가 나오면 소개해 달라고 톡을 보냈다. 지금 2nd 악기로 쓰는 Ramirez 4NE를 처분하면 비슷한 수준의 Spruce 악기로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심산이었다.

다음 주에 소식이 있을 거라는 답을 받은 찰나, 오산의 까O님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이 가진 Spruce 악기를 가져가서 쳐달라고... 당분간 기타 연습이 힘든 사정이 생겼는데,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악기가 마음에 걸린 거다. Cedar 악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Spruce 악기는 많이 쳐 줘야 소리가 트인다는데 그게 힘들게 되었으니 나보고 가져가서 대신 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였다.

한 나절 쯤 톡이 오갔고, 조금 고민을 했다. 이게 웬 떡이냐 싶기도 했지만 남이 아끼는 기타에 행여 흠집이라도 낸다면 낭패 아닌가. 게다가 자주 만지려면 케이스에서 꺼내 놓아야 해서 겨울철 습도 관리도 신경 쓰일 문제였다. 이리 보면 '웬 떡'이고 저리 보면 '애물단지'를 들일 상황이 되었는데, 뭐든 해 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일단 가져와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오산 IC에서 가까운 카페에서 만나 악기를 받아온 지 며칠이 지났고, 이쯤이면 뭔가 시험이라도 해야 할 의무감으로 녹음기를 켰다.

요즘 뒤적이던 악보 중에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곡이 두 개 있었다. Giuliani의 연습곡인데, 밤에 열심히 녹음하고 아침에 컴을 켜서 폴더를 만드는데 자꾸 '... 같은 폴더끼리 합치겠습니까?'라는 창이 떴다. 뭔가 오류가 아닌가 했는데, 이런... 2016년에 같은 곡 두 개를 녹음해 올린 적이 있던 거다. 심지어 그때 쓴 글에 이런 대목도 있다.


Giuliani의 작품 번호 139인 <First Lessons for the Guitar>에 실린 곡. 예전에 녹음해 올린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귀에 편하게 들린다.

참나, 무슨 타임머신에 탄 줄... 이미 2016년에, 예전에 녹음한 듯한 느낌이 들 2023년을 예언하듯 써 놓다니!

<Etude Op.139, No.1> by Mauro Giuliani (Recorded on January 16, 2023)

https://youtu.be/EyPfdFnSg4I

 

 

<Etude Op.139, No.4> by Mauro Giuliani (Recorded on January 16, 2023)

https://youtu.be/0eiDO403CNk

 

*사용 악기와 줄: Jose Ramirez Guitarra del Tiempo (2019) & Jose Ramirez JRM 100016 Medium Ten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