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만든 방....인데 야심 차거나 자랑할 만하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굳이 만든 목적을 대라면, 예를 들어 TV 방송의 Pilot처럼 쓰려는 것이다. 연습 중인 곡들을 올려서 화면상으로 다시 보고, 괜찮다 싶으면 더욱 절차탁마해서 제대로 녹음을 해보는... <나의 연주> 방에 올라간 영상은 (고난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것이겠지만 그것들 말고 수많은 곡들이 주야장천 연습만 하다가 속절없이 버려지는(?) 게 현실이다.
오랜 기간 연습해서 준비가 잘 된 곡이라면 하루 날 잡아 방 안 가득 장비 펼쳐 찍고, 녹음하고, 영상과 음향을 맞추고, 앞뒤 잡스런 동작 등을 잘라내고 MP4로 Render하는 수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실 번잡하기로 말하면 매번 다시는 안 하고 싶을 정도다.) 문제는 블로그에 게시되는 '행운'을 누리는 곡들이란 평소 노력과 시간을 쏟아 연습하는 곡의 20%도 안 된다는 데 있다.
그럼 나머지 80%는? 수년간 꾸준히 연습은 하지만 도저히 녹음할 품질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그냥 때때로 즐기는 정도까지만 하면서 녹음할 생각을 안 했거나, 곳곳에 묻힌 '지뢰'가 언젠가는 해결되리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막 밟으면서 나아가는, 그런 곡들이다. 그중에는 제법 대곡도 있고 국내외 콩쿠르의 지정곡도 있으니, 전공생들도 허덕거리는 난곡들을 손가락이 퇴보 중인 일개 아마추어가 어느 세월에 연습해서 녹음의 최종 관문을 통과할 것인가.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다. 어떤 곡은 글자 그대로 2% 부족해서 계속 녹음을 미루기도 하는데, 직장과 일상에 치여 어어~하다 보면 '깔딱고개'를 넘지 못하고 다시 20% 부족하게 떨어지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연습 중인 모든 곡을 다 100%까지 끌어올리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미 아마추어의 자질이 아니다.
하여, 이 방에서는 녹음하여 게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어엿한(!) 캠코더와 고성능 녹음기의 은혜를 누리고 싶어하는 곡을 찍어 올리기로 한다. 물론 아직 그 정도 자격을 얻지 못했으니 스테레오도 아닌 모노로, 그것도 책상 위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히는 것도 감지덕지할 (조금은 서러울) 곡들이다. 제대로 된 장비의 혜택도 없는데 연습자가 의상을 제대로 갖추는 건 언감생심. 모쪼록 여기 올라올 곡들 중 반이라도 살아 남아 <나의 연주> 방으로 '영전'하기를 바라며 시도 때도 없는 삑사리와 묵음이 지배하는 '어둠의 저편'을 공개하기로 한다.
첫 '제물'로는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Manuel Maria Ponce의 <Prelude in E Major>가 되겠다. 1931년에 Solo로 작곡된 버전이 있고 1936년 Harpsichord와의 Duet으로 작곡된 버전이 있다. 어디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Harpsichord 반주 음원을 발견하는 행운이 있었다. 컴퓨터로 틀고 거기에 맞춰 연습해서 (상스러운) 컴퓨터 냉각팬 소리까지 다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음질, 화질, 배경, 연주 품질, 심지어 의상까지 모든 게 이 <나의 연습> 방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ㅋㅋ)
*사용 악기: Jose Ramirez 4NE
*녹화/녹음: iPhone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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