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첫 교직을 은평구 C고등학교에서 시작했다. 학년당 15 학급, 3개 학년 전체 45 학급으로 규모가 꽤 큰 데다 학급당 학생 수가 60명에 육박했으므로 교정은 어디나 북적거렸다. 요즘이야 직장 내 메신저로 웬만한 사항은 다 알릴 수 있어서 전체 교직원 회의를 한 달에 겨우 두어 번 하지만 당시엔 거의 매일 아침 회의가 열렸다. (실상 회의라고는 할 수 없는,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전달과 요구가 다였다. 의견 개진이나 찬반 토론이 없는 '이름만 회의'는 지금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여전히 열리고 있다.) 회의 내용 중에는 어느 학급의 모의고사 성적이 제일 향상되었다는 둥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도 있었는데, 수학을 가르치는 L선생님은 거의 언제나 칭찬의 주인공이었다. 그 학급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