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남자고등학교의 수업 분위기는 군대와 닮아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혹한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데다 군사 독재의 찬바람으로 사회가 경직되었으니, 학교라고 이런 분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게다가 (선생님마다 스타일과 무서움의 정도는 달랐지만) 남자만 있는 집단에선 군내나 학교나 할 것 없이 강압적인 명령/지휘/지도에 복종하는 게 규칙이자 법이었다. 내 몸인데도 허락 없이 움직일 자유는 없었다. 수업 중 화장실에 가기는커녕 옆 사람과 잡담을 하다가 걸리면 체벌을 각오해야 했다. 지루한 수업 중 선생님이 분위기 전환용으로 간혹 썰렁한 여담이라도 해야 '허가받은 시시덕거림'으로 잠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신입생들은 처음엔 남자고등학교의 '냉기'에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