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한국 노래) 편지 by 김광진

볕좋은마당 2013. 12. 21. 17:23

벌써 1년도 반 전에 편곡해 놓은 것을 이제야 녹음. Ceja가 유난히 많고 깨끗하게 치기가 어려웠던 것도 녹음을 차일피일 미룬 이유였다.

 

어떤 노래들은 열렬히 듣거나 즐길 당시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분위기가 녹아 있어서 나중에 다른 환경에서 들어도 그때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를 편곡할 때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8월 초였다. 건강이 좋지 않아 그 해 휴직을 하고 있던 처가 체질을 바꾸겠다고 효소 단식을 시작했다. 거의 한 달이나 물에 탄 효소 가루만 마시니 기력이 없어 종일 좀비처럼 비실거렸고, 나도 졸지에 보호자 모드가 되어 꼼짝 못 하고 집안에 묶여버렸다. 그러는 동안 앉아서 편곡하게 되었는데,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무더위와 싸우며 작업하는 건 차라리 수행이었다. 나도 나지만 같은 곡을 거의 수백 번은 들어야 했던 처의 입장에서도 고행은 마찬가지... 본의 아니게 한여름 더위와 처의 단식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을 이제라도 녹음을 하니 오래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다. 

 

<편지> by 김광진, Arr. by 나                                               (Recorded on December 21, 2013)  

 

가사: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 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 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편지-김광진 KKS.pdf

 

(참고로, 악보는 당시엔 Encore로 그렸는데, 이 참에 Sibelius로 다시 깔끔하게 만들었다. 두 번 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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