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재녹음 시리즈가 아니고, 첫 녹음이다.
국내에서 출판된 악보 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곡인데, 제목이 Romanza로 되어있다. 원래 그렇게 작곡된 건지 누군가 부제로 붙인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YouTube를 아무리 뒤져도 Carulli의 Romanza는 이게 아닌 거다. 겨우 구한 Op.241을 훑다가 그냥 No.59로 된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유튜브에서 누가 No.39라고 지적을 해서 수정했다. 서로 가진 악보가 다른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기타 악보가 일본 것을 베낀 것이 많다 보니 아마 일본에서 출판하면서 부제를 Romanza로 했으리라는 의심이 든다. 어찌 되었든 쉽고 괜찮은 곡들을 '발굴'하는 여정에서 눈에 들어온 거라 가벼운 마음으로 녹음했다.
다른 얘기지만 일본 식민 지배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 음악에서까지 후과를 경험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운 '바하는 음악의 아버지,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라는 말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란다. (어릴 땐 둘이 부부인 줄만 알았다!) 우리 세대는 Bach를 일본어 발음 대로 '바하'라고 배운 탓에 지금도 그렇게 부르지만 요즘엔 '바흐'라고 하니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이런 특정 분야에서의 악영향 말고도 일본식 발음을 굳이 써서 우리말을 이상하게 만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게 '크라운 산도'라는 과자다. 비스킷 사이에 크림을 바른 과자인데 Sandwich의 앞부분 Sand만 따서 일본식 발음으로 '산도'라고 한 것이다. 이런 식의 작명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세종대왕 덕에 전 세계 어떤 문자도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온갖 발음을 다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 있는데 McDonald를 '믹다늘드'나 '맥도널드'가 아닌 '맥도날드'라고 한다든가, Center를 '센터'로 할 수 있는데 '센타', Terminal을 '터미널'이 아닌 '터미날'이라고 하는 건 'ㅓ'를 발음하지 못해 'ㅏ'가 되는 일본말을 우리가 따라 하는 것이다. '에프 킬라'를 이제 와서 '에프 킬러(Killer)'로 바꿀 수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엄연히 '바흐'가 될 수 있는걸 일본식으로 주야장천 '바하'라고 해왔다. 연유를 알면서도 여전히 '바흐'보다는 '바하'가 입에서 쉬이 나오는 걸 보면 어린 시절의 세뇌란 역시나 효과 만점이다. 젠장...
<Andantino Grazioso> Op. 241, No. 39 by Ferdinando Carulli (Recorded on March 30, 2025)
https://youtu.be/PQuhyawqn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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