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이자 교육자인 알바로 삐에리의 연주회가 있었다. 지난주에 있었던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는데, 안일~하게 생각하고 금요일 저녁 표를 불과 며칠 전에 사려다가 매진되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대신 마스터 클래스라도 보겠다고 어제 이른 아침 KTX를 타고 대전에 갔는데...
아침 10시 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 시간 한 시간 빼고 무려 6시간을 꼬박 한 자리에 앉아 들었다. 대가의 숨결을 느껴보겠다고 욕심을 부려 바로 1.5m 앞에 앉은 것이다. 무릎 위에 달랑 종이 한 장 놓고 불편한 자세로 필기까지 하며 버텼더니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삭신이 쑤신다. ㅜ.ㅜ
모두 7명이 계획되었으나 기차 시간이 되어 못 본 마지막 한 명을 제외한 6명의 레슨 곡은 이렇다.
1. 18세 여자 전공생 - Valses Poeticos by Granados
2. 30대 아줌마(아마추어인데 어느 전공학생의 어머니인 듯) - Prelude BWV 998 by Bach
3. 10대 남자 전공생(인데 시작한 지 1년 됐다는...) - Fandango by Rodrigo
4. 20대 여자 전공생 - Invocacion y Danza by Rodrigo
5. 20대 남자 전공생 - Sonata for Guitar by Ginastera
6. 20세 남자 전공생 - Theme & Variations on Sor by Llobet
한 명 당 40분으로 타이머를 맞추고 했는데, 실제로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넘기도 했다. 그래서 원래 오후 3시쯤 끝날 거라고 했지만 결국 내가 나온 5시를 훨씬 넘겨 저녁에나 끝났을 것이다. 전날 저녁에 연주회를 하고 다음 날 종일 이런 '빡센' 강행군이 가능한 걸 보면 실력만 세계적일 뿐 아니라 65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체력과 정열도 세계적이다.
아무튼 계획했던 연주회는 놓쳤지만 6시간이나 대가의 숨소리를 듣고 터치를 느꼈다는 건 일생일대의 영광이라 하겠다. 나와 같은 선생님께 배운 기타리스트 장승호 씨를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은 덤이었다. 지도하는 제자들을 데리고 왔는데 5번, 6번 학생들이다. 동영상에서도 보이듯 가장 출중한 실력이라는 것도 같은 문하생으로서 매우 기분이 좋은 일.^^
(첫 장면은 서민석 씨가 자신이 만든 악기를 가져와 보여줘서 시연하는 모습이다.)
(무릎 위에 종이 놓고 막 휘갈겨서 나 자신도 해독이 힘든다. ㅋㅋ 암호 풀이는 살면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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