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 일부
1995년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박*오가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고 멋진 한의사가 되어 지난 12월에 결혼을 했다. 사정이 있어 결혼식을 보진 못하고 대신 미약하나마 선물로 전하려고 새해 들어 쓴 것이다. 12월 초순 예비신랑/신부로 만났을 때 둘이 좋아하는 시구로 들었던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일부인데, 표구는 현대적이고 개방적인 느낌의 아크릴 액자로 했다.
아래는 원래 계획하고 연습했다가 마지막에 불발된 세로쓰기 체제. 처음엔 2박 3일을 고심하여 세로쓰기로 구성을 잡고 요리조리 글씨를 포치(布置)해 열심히 썼는데, 하다 보니 한 글자가 영 미심쩍은 거다. "~그대를 사랑한"인지 "~그대를 사랑하는"인지 헷갈려서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두 가지가 다 나오는 게 아닌가. 분명 둘 중 하나는 잘못 된 것일 터.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난감했다. 결국 아이의 책장을 뒤져서 고등학생용 현대시 감상 교재를 찾아 이 시를 확인했다. 아무려면 그건 맞겠지. 단 한 글자이지만 작품 전체의 구성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커서 도저히 세로쓰기를 유지하면서 한 글자를 더 넣은 채로는 제대로 구성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요즘 아파트 구조상 세로로 긴 액자를 붙일 만한 공간도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모두 뒤엎고 원점으로 돌아가 가로쓰기로 바꾸어 다시 2박 3일을 작업했다. 이 시구는 우연하게도 아무리 머리를 굴려 글자를 배치해도 인접한 줄에서 같은 글자들이 이웃하여 나타나는 구조라서 포치에 특히 어려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