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za by A. Lauro
요즘처럼 인터넷이 일상이 되기 전엔 악보 구하기가 힘들어서 흐릿하고 시커먼 악보라도 어쩌다 한 장 얻으면 애지중지했다. 하지만 이젠 웬만한 곡은 검색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연주 능력이 인터넷의 발달만큼 늘어난 건 아니니 칠 수 없는 악보만 컴퓨터 안에 점점 넘쳐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막상 콕 찍어서 하고 싶은 곡은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없는 거다. John Williams가 2003년 발매한 앨범 <El Diablo Suelto>를 오며가며 무심하게 듣다가 Antonio Lauro 특유의 남미색 짙은 로망스에 점점 끌리게 되었다. 느릿하고 서정적인 대개의 로망스와 달리 Lauro의 로망스는 씩씩하고 템포가 빠르면서도 들을수록 매력이 있었다. 점점 중독이 되어 갔고, 결국 악보를 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두세 달 동안 인터넷을 뒤졌는데... 클릭클릭하여 따라가다 보면 종당엔 구매하는 사이트로 연결되었다. 결국 오랜 검색에도 불구하고 실패! 비교적 최근(1982년)에 작곡된 거라 저작권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선지 역시 공짜는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출판된 것도 없고... 에잇! 이참에 그냥 해외구매를 결정했다. 이 곡 하나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한 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권을 사야 할 때도 있다. ㅜ.ㅜ (다행히 두꺼운 책이 아니라 몇 곡씩만 실린 악보집이었다. ㅋ )
3주를 기다려 도착한 악보를 설레는 마음으로 펴고 연습한 게 작년 여름. 여태껏 이런저런 로망스를 봤어도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다. Lauro다운 요상한 화성 탓에 잘 외워지지도 않았다. 듣기와 달리 생각보다 왼손을 괴롭히는 곡이라 처음 2,3일 간은 손이 얼얼하게 아플 정도였다. 가뜩이나 손가락도 짧은데 쭉 벌려 눌러 줘야 하는 지뢰(!)도 곳곳에 있고... (동영상으로는 쉽게 보이는 게 좀 억울하다는 생각 ㅜ.ㅜ) 어쨌든 시간과 연습이 해결해 주었으니, 남미의 분위기를 담아 은근 중독성 강한 로망스를 새해 첫 곡으로 녹음!
<Romanza> by Antonio Lauro (Recorded on January 12,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