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그 옛날의 연습 - Bourree by Bach

볕좋은마당 2011. 7. 27. 13:52

아래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게다가 같은 속옷 ㅜ.ㅜ 그리고 자세는 더욱 불량해짐. 

 

기타라면 통기타나 전자기타 정도만을 알던 내가 직접 연주하는 클래식으로서는 처음 들었던 곡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지도를 받았던 이명근 선생님은 가끔 악기를 갖고 와서 우리 앞에서 연주를 하셨다. 클래식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었던 나에게 이 곡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상상을 할 수 없었던 손가락 움직임과 복잡하게 들리는 음들... 그 후 변변찮은 실력에도 그 장면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마침 이 곡이 들어있는 Narciso Yepes의 테입을 사서 늘어지도록 들었다. 악보가 귀하던 시절 당연히 악보는 구경도 못했고...

 

그러던 1학년 겨울방학이었던가. 이명근선생님이 오승국, 배성학씨와 함께 광화문에서 운영하셨던 학원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홍익대 학생이라는 이O출씨가 앉아 이 곡을 연습하는 게 아닌가! 망설임 끝에 말을 걸었고, 악보를 얻어 복사를 하곤 날아갈 듯했던 기억. 요새야 널리고 널렸지만...   

 

<Bouree> from  Lute Suite No. 1, BWV996 by J.S. Bach          (Recorded in March 1993)

                                                                                         사용악기: 원음 50호(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