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의 연습 - Cadiz by Albéniz
테이프 더미 속에서 신혼 시절 이것저것 연습하던 장면을 발견했다. 당시 형편에 비싸서 살 수는 없었고, 성우에게서 빌려 온 8mm 캠코더. 악기도 또한 '한국 대학생 클래식기타 연합회' OB 연주회에 쓰려고 빌려왔던 것이다. 스페인 유학 중이던 장승호씨가 잠시 귀국길에 갖고 들어온 악기인데, 당시 내가 레슨을 해 드리던 OO그룹 김회장님에게 소개하여 사도록 한 것이다.
신혼 시절, 동네에서 말티스 강아지 두 마리를 분양받아 키웠다. 둘 다 암컷인 이 녀석들의 이름은 - 늘 당하던 '콩쥐', 항상 괴롭히던 '팥쥐'. 어리바리한 콩쥐는 아는 사람이 데려 갔고, 똑똑한 팥쥐는 성견이 될 때까지 키웠다. 팥쥐는 우리가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집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토속견(?)처럼 땅바닥에서 살다가 15살의 긴 견생(犬生)을 마감했다.
주인 앞에서 사이좋게 잘 놀던 두 강아지가 결국 난투극을 벌였고, 이 혼돈의 와중에 연습하는 장면이 녹화 되었다. 악보나 겨우 외운 상황에서 평정심을 갖고 해도 잘 될까 말까인데, 정신 집중에 도움은커녕 개소리(!)와 기타 소리가 뒤섞이게 되었으니 도무지 연습이 될 리 만무. 게다가 옆에선 처의 전화 통화 소리까지... 어쨌든 재미있는 장면이라 이곳에 올려 본다.
Cadiz는 스페인 출신 Isaac Albéniz의 스페인 모음곡(Suite Espanola, op.47) 여덟 곡 중 제4곡이다.
<Cadiz> by I. Albéniz (Recorded in August 1992)
사용악기: Manuel Contreras 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