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방/작가 노트 외

작가노트 - 사랑에 관한 시

볕좋은마당 2011. 2. 8. 15:55
나희덕 시인의 '푸른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001. 김남조 -  가고 오지 않는 사람002. 신경림 -  가난한 사랑 노래003. 원태연 -  경험담004. 용혜원 -  공개적인 사랑005. 유미성 -  그 사람의 눈물을 보았습니다006. 김태광 -  그대 제가 사랑해도 되나요007. 박성준 -  그대가 있음으로008. 용혜원 -  그대의 눈빛에서

009. 원태연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010. 유미성 -  그림자 같은 사랑011. 김용택 -  그이가 당신이예요012. 김미선 -  그저 친구라는 이유로013. 김옥진 -  기도014. 김영일 -  기다림015. 유미성 -  기다릴 수 있는 시간만큼만 사랑하세요016. 이정하 -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017. 용혜원 -  꿈속이라도018. 이정하 -  끝끝내019. 한용운 -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020. 유미성 -  나보다 먼저 그대를 사랑하겠습니다021. 이정하 -  내 모든 것 그대에게 주었으므로022. 유미성 -  내 사랑은023. 유미성 -  내 일기의 주인공이 그대이듯024. 문향란 -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025.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026. 이정하 -  내가 웃잖아요027. 용혜원 -  내게 말해 주십시오028. 용혜원 -  내게는 가장 소중한 그대029. 왕국진 -  너는 알아야 해030. 김재진 -  너를 만나고 싶다031. 원성스님 -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032. 장석주 -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033. 유미성 -  다음 세상에서034. 유미성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035. 문은희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036. 이성희 -  당신의 이름037. 브라우닝 -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039. 원태연 -  둘이 될 수 없어040. 원태연 -  만들어 보기041. 이용채 -  멀리 있는 사람이 가슴으로 더욱 그립다042. 이정하 -  부끄러운 사랑043. 이풀잎 -  사람을 찾습니다044. 유영석 -  사랑 그대로의 사랑045. 김성만 -  사 랑046. 박승우 -  사 랑047. 이준호 -  사랑고백048. 용혜원 -  사랑뿐입니다049. 용혜원 -  사랑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050. 안도현 -  사랑은 싸우는 것051. 유미성 -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052. 용혜원 -  사랑의 순수함을 위하여053. 용혜원 -  사랑의 시인054. 원태연 -  사랑의 전설055. 용혜원 -  사랑의 화살056. 박성철 -  사랑이 사라지면 그리움이고 말고057. 양현근 -  사랑이란058. 김재진 -  사랑하는 사람에게

059. 원태연 -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060. 핀취즈 -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061. 박남원 -  사랑한다는 건062. 김재진 -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063. 이정은 -  사랑할 때는064. 김학주 -  사랑할 수만 있다면065. 길강호 -  '사랑해'라는 말066. 용혜원 -  살아감 속에 아픔은067. 유미성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068. 이해인 -  슬픈날의 편지069. 이용채 -  아름다운 만남을 기다리며070. 유복남 -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071. 서정윤 -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072. 도종환 -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073. 맹명관 -  오늘 그대 작은 소망이고 싶습니다074. 유미성 -  오늘은 백 일입니다075. 유미성 -  왜 하필 당신은076. 용혜원 -  우리가 어느 사이에077. 이수익 -  우울한 샹송078. 하이네 -  이 깊은 상처를079. 원태연 -  이런 날 만나게 해주십시요080. 용혜원 -  이런 날이면081. 류동화 -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082. 이정하 -  이별 노래083. 원태연 -  이별역084. 원태연 -  이유085. 원태연 -  일기086. 용혜원 -  자연스런 아름다움087. 마종기 -  전화088. 이선명 -  종이비행기089. 노희경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090. 고정희 -  지울 수 없는 얼굴091. 톨스토이 -  참 사랑092. 용혜원 -  처음처럼093. 유미성 -  천원짜리 러브레터094. 워즈워드 -  초원의 빛095. 도종환 -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096. 정희성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097. 용혜원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098. 유치환 -  행 복099. 문향란 -  행복한 짝사랑100. 도종환 -  혼자 사랑

 

 

 

 

 

002.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007. 박성준 -

그대가 있음으로 - 박성준

 

어떤 이름으로든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

 

아픔과 그리움이 진할수록

그대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별과 바다와 하늘의 이름으로도

그대를 꿈꾼다

 

사랑으로 가득찬 희망 때문에

억새풀의 강함처럼

삶의 의욕도 모두

그대로 인하여 더욱 진해지고

슬픔이라 할 수 있는 눈물조차도

그대가 있어 사치라 한다

 

괴로움은 혼자 이기는 연습을 하고

될 수만 있다면

그대 앞에선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싶다

 

나의 가슴을 채울 수 있는

그대의 언어들

아픔과 비난조차도 싫어하지 않고

그대가 있음으로 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감당하며 이기는 느낌으로

기쁘게 받아야지

 

그대가 있음으로

내 언어가 웃음으로 빛난다

 

 

 

008

꿈속이라도..

 

詩:용해원

사랑에 빠져들기 전에는

밤이 되면

지칠 대로 지친 몸이기에

아무런 꿈도 싫고

잠이나 푹 자고만 싶어했습니다

 

사랑에 빠져들고 나서는

밤이 되면

새 날이 오면 다시 만날 생각에

꿈속이라도

만나고 싶어

꿈을 초청해 보려고까지 합니다

 

사랑의 숲에는

행복만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소망을 갖게 되고

 

사랑의 바람도

우리의 것은 아무것도

날려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만을 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부질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해야겠습니다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고 있는데

우리들의 사랑을 나누기에도

하루 해가 짧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사랑이여 영원하라고

축하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011

그이가 당신이예요 - 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025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058

< 사랑하는 사람에게 >

 

- 김재진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 또한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더디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