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나의 연주

(불멸의) 소품 - 사랑의 로망스(Romance de Amor)

볕좋은마당 2009. 7. 11. 06:59

프랑스 영화 "금지된 장난(Les Juex Interdits, 1952)"의 주제곡으로, Narciso Yepes(1927-1997, Spain)의 연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곡이다. 감독은 르네 끌레망(Rene Clement, 1913-1996).

 

보통 '로망스'라고 하는데 '사랑의 로망스'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Romance de Amor, 프랑스어로는 Romance D'amour이다. 스페인의 기타리스트인 Narciso Yepes의 연주가 영화 내내 울려 퍼지는데, 더러는 이 곡을 Yepes가 작곡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스페인 민요로서 작자 미상(Anonymous)이다.  Yepes는 이 곡을 비롯해 몇몇 기타곡을 영화 음악으로 연주하여 영화의 성공과 함께 세계적인 연주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의 연주 스타일에 관해선 호불호가 엇갈리긴 하지만, Andres Segovia와 동시대인으로서 단신(短身)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의 결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탁월한 연주자이긴 하다. 우리나라에도 한번 방문하여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회를 한 적이 있다.

 

요즘 청소년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1970년대 송창식, 양희은 같은 '통기타' 가수들이 인기의 절정에 있을 무렵 기타를 못 치면 간첩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떠돌 정도로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기타란 꼭 배워야 하는 악기로 인식되었다. 내가 기타를 처음 접한 게 초등학교 4, 5학년 때였나 보다. 기타를 배우는 열풍이 전국적이었던 만큼, 내가 살던 시골 소도시의 여고생이었던 누님 한 분도 기타를 배우겠다고 학원을 다녔다. 어깨너머로 조금씩 구경하다가 결국엔 나도 배우게 된 거다.

 

이런 기타 열풍으로 특히 우리나라에선 기타를 배우거나 좀 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로망스' 정도는 친다고 생각되었던 것 같다. 누구라도 기타를 잡으면 '로망스 칠 줄 아냐?', '로망스 한번 쳐봐.'라는 말을 듣는 상황이 아주 자연스러웠으니까...

 

문제는 - 처음엔 나도 당연히 그랬지만 - 이 곡이 기타곡 중에서 제일 쉬운 것으로 잘못(!) 인식된 것이다. 각 마디의 첫 음인 저음 반주는 커녕 아무 화음도 없이 그냥 2,3번 선은 개방현으로 시종일관하고 1번 선의 멜러디만을 짚고 띵띵거려도 모르는 사람은 입을 벌리고 좋아라 했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로망스'를 할 줄 안다며 그냥 1번선 멜러디만 뜯기도 한 걸 보면 당시엔 전 국민의 대다수가 이 곡에 관한 한 상당히 무식(!)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긴 제대로 치는 걸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시절이니까.

 

세월이 흘러, 고딩 때까지 통기타로 겨우 지판이나 짚어가며 끄적거리던 시기를 지나 클래식기타에 입문한 뒤로는 이토록 쉬운(?) 곡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대한 아픈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시골 동네에서도 누구나 다 칠 수 있을 것 같았던 생초보용(!) 연주곡이 무대에서 실수 없이 제 소리를 내며 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한 낯설음이랄까. 사실 동아리에서 기타를 배우는 대학생들도 졸업할 때까지 남 앞에서 깨끗하게 연주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만.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나 겨우 하고 앉아 찍었다. 정신없이 부시시하게 녹화해 놓고 보니 소리까지 부시시한 것 같다는...

 

Romance de Amor (Recorded on July 11,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