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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이어 새로 온 '새' 식구

볕좋은마당 2020. 1. 23. 21:24

아래의 내용대로 작년 여름에 동탄에서 처음 데려온 검은머리 카이큐는 이름 지어줄 틈도 없이 떠나버렸다. 그로부터 사흘 뒤, 이번엔 미사리에 있는 샵을 방문해서 건강한 녀석을 새로 데려왔다. 어차피 생김새가 똑같아 우리 눈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으니 그놈이 그놈이다.ㅎㅎ 어쨌든 이놈의 이름은 '보리'로 지었다.

 

현재까지 대략 5개월을 같이 살았는데, 종의 특성상 언어 능력은 별로 없어서 간신히 '안녕' 정도 하지만 휘파람으로 몇 곡 가르친 건 곧잘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놈의 주특기는 '산만함'과 '나댐', 그리고 '참견'이다. 대개의 새들이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하는 게 밤새 비었던 배를 채우는 일인데, 이놈은 먹는 것보다 노는 게 우선이다. 그간 경험한 다른 앵무새들처럼 일어나자마자 모이통을 찾는 걸 본 적이 없다.

 

날이 샜는데도 새장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목청껏 꽥꽥거리고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러젖힘으로써 존재를 과시한다. 결국 원 대로 새장을 나오면 최소 한 시간 이상을 정신없이 움직이고, 뭔가를 뜯고, 졸졸 따라다니고, 바지를 물고 기어오르고, 식탁에서 음식을 참견하고,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고, 양치질하는 칫솔에 들러붙어 치약 맛을 보려 하고, 떼어 내려면 신경질 부리고... 앵무새에게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다면 바로 이놈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종일 지치지도 않고 산만하기만 한 Energizer가 종종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고 집안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한다.  

 

이 종 특유의 재미있는 행태(?)가 이미 유튜브에 많이 있으니 따로 더 찍은 건 없고, 길거리에서 5천 원 주고 산 장난감 강아지와 씨름하는 장면을 폰에 담았다.(물론 아침 식전이다!) 처음엔 서름서름했으나 슬슬 만만해지니까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초원의 맹수인 양 강아지의 목덜미를 공격...